한국은행이 9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업무 보고에서 통화정책 방향을 어떻게 제시할지 금융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은은 아직도 시중 유동성을 조여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새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감안하면 금리 인상을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은은 올 경제성장률을 4.7%로 예상한 반면 새 정부는 6%로 잡고 있다.

'관료는 영혼이 없다'며 하루 아침에 입장을 바꾼 일부 정부 부처와 달리 대외 공신력을 중시하는 한은 입장에서 통화 정책을 뒤집긴 쉽지 않다.

이 같은 상황에서 통화 정책을 두고 한은과 인수위 간 논란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성태 한은 총재는 '매파' 성향이 강하다.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 인상에 적극적이다.

반면 새 정부는 성장을 우선시하고 있어 경기 확장에 유리한 금리 정책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한은의 외환보유액 운용 문제도 쟁점이다.

이명박 당선인은 아시아 금융허브 추진을 위해 한국투자공사(KIC)의 외환 위탁 운용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반면 한은은 외환 운용의 안정성을 강조하며 KIC에 돈을 맡기는 데 소극적이다.

한은이 2004년 이후 4년 연속 적자를 내는 것도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적자가 누적되면서 적립금 확충 필요성이 커졌지만 인수위는 구조조정과 내부 효율성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