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수사를 하다 혐의가 안 나올 경우 바로 덮어도 좋다."

임채진 검찰총장(사진)이 7일 검찰 수뇌부가 모인 월요 간부회의에서 특별히 당부한 말이다.

"지나치게 포괄적인 기업 수사를 줄여달라"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전날 당부에 대해 검찰이 즉각 화답한 것.

임 총장은 평소에도 "다 쓴 치약 짜듯 억지로 성과를 내기 위해 수사하지 말라"며 "밤샘 수사나 언어폭력 등 무리한 수사를 하다 적발되면 감찰부에 즉각 회부토록 하겠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총장은 특히 품격 있는 수사,절제 있는 수사를 강조,향후 기업 수사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검찰의 종래 수사 관행과 관련, 검찰 안팎에서 거론되는 수술 대상 1호는 '별건수사'다.

A를 수사하기 위해 A와 전혀 무관한 B를 수사하다 단서를 발견하면 다시 A를 수사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C라는 기업의 분식회계 혐의를 포착했다가 압수 수색을 통해 증거가 드러나지 않을 경우 검찰은 C사 기업주의 개인 혐의를 들이대며 압박을 가했다.

'여자관계가 들통나지 않으려면 다 불어라'는 식이다.

현대자동차를 수사할 명분을 찾기 위해 뜬금없이 금융브로커 김재록씨를 수사선상에 등장시킨 것이 대표적 사례다.

기업 수사 때마다 검찰이 '표적수사'나 '정치수사' 논란에 휩싸이는 것도 실은 검찰이 자초한 측면이 적지 않다.

물론 뇌물수수 등 당사자의 진술 이외에 물증을 확보하기 어려운 사건의 경우 주변부터 차근차근 수사 대상을 포위해 갈 수밖에 없는 수사기술상의 한계가 있지만 "기업 수사에선 도가 지나쳤다"는 게 검찰 안팎의 평가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 같은 해묵은 수사 관행에 쐐기를 박겠다는 것이 임 총장의 확고한 의지인 셈이다.

인수위 관계자도 "털면 먼지 안 나는 기업이 있겠느냐는 생각에서 검찰 내부적으로도 과잉 수사를 묵인해 온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2005 회계연도에 탈세 혐의가 있다고 하면 주변 계좌만 뒤지면 되는데 5년 이상된 장부를 다 살펴본 게 사실"이라며 "압수 수색도 통째로 서류를 들고 나오는 방식은 곤란하고,연결계좌를 통해 사돈의 팔촌까지 계좌를 들여다 봐선 안 된다는 지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법무부와 대검은 친기업적인 차기 정부와 보조를 맞춘다는 차원에서 다양한 법적 제도적 조치를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압수 수색 등 수사 절차에 대한 매뉴얼을 새롭게 정비하고 검사 평가 시스템도 원점에서 재검토에 들어갔다.

검찰 관계자는 "마구잡이식 수사로 인한 실적은 평가에서 제외하는 등 검사 평가 항목을 다시 정비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