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실종됐다.

지난해 9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비준 동의안이 해당 상임위에 상정조차 되지 못한 채 넉 달째 표류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말 노무현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2월 임시국회 비준에 협력하겠다고 밝힌 뒤에도 국회에 비준 동의안이 상정될 기미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4월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표 계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월 임시국회 통과가 사실상 물 건너가고 일러야 9월 정기국회에서나 비준이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단 정부는 국회가 비준안 처리를 최대한 서두르면 2월 임시국회 통과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우선 통외통위 심의.의결에서 본회의 의결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면 짧게는 3주에서 한 달 정도 시간이 걸린다는 것.그러나 통합신당이나 한나라당 어느 곳에서도 한.미 FTA 비준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한.미 FTA 비준안을 처리할 리더십은 사실상 실종상태나 다름없다.

정부 관계자는 "참여정부 임기 내에 비준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상임위가 열려야 한다"면서 "2월 처리가 무산될 경우 총선 국면으로 접어들고 그렇게 되면 일러야 6월 개원 국회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6월 국회에서도 비준 동의안 처리는 불투명하다.

한국의 비준이 계속 지연되는 상태에서 연말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이 정권을 잡는다면 재협상을 요구해올 가능성도 우려된다.

쇠고기 문제가 남아 있긴 하지만 부시 정부는 대선 예비선거의 판세가 드러날 3월을 전후해 비준 동의안을 의회에 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의회는 비준 동의안이 넘어오면 우리와 달리 90일 내에 가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7월께 비준안이 통과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 같은 전망은 우리가 먼저 비준안을 통과시켰을 경우를 전제로 한 시나리오로 볼 수 있다.

정재화 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현 정부가 한.미 FTA 비준을 위한 정치적인 리더십을 발휘하기 힘든 상황인 만큼 이 당선인이 주도적으로 대 국회 설득에 나서 비준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