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의 투자은행(IB) 부문을 분리 매각,중소기업 지원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구상이 구체화됐다.

인수위는 당장 올해 안에 산은의 IB 부문을 정책금융과 분리하는 등 민영화 준비작업에 착수키로 했다.

하지만 산은 최종 민영화는 5~7년에 걸쳐 이룬다는 방침이어서 당초 조속한 민영화 방침은 다소 후퇴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이는 산은이 맡아온 금융시장의 안전판 역할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재정경제부와 산은의 반발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산은 민영화 어떻게

인수위는 3단계 방안을 마련했다.

1단계는 민영화 준비 기간이다.

산은은 산업은행법이란 법률에 기초해 만들어진 금융회사인 만큼 민영화를 위해선 법률 개정이란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인수위는 산은법을 개정하는 동시에 공적금융기능을 담당할 코리아인베스트먼트펀드(KIF) 관련법을 제정키로 했다.

인수위는 일단 이 작업을 연내 마무리해 산은의 IB 부문을 분리해 낸다는 구상이다.

산은의 IB 부문과 대우증권을 합쳐 '산은금융지주'(가칭)가 만들어지고 지분 49%를 매각하는 게 2단계다.

지주회사 지분 49%를 파는 데는 대략 2~3년이 걸릴 전망이다.

매각으로 들어오는 돈은 KIF에 입금돼 중소기업 지원 재원으로 쓰인다.

이후 3단계는 잔여 지분 51%를 민간에 매각하는 단계다.

여기엔 대략 2~3년이 걸려 최종적으로 산은을 민영화하는 데는 5~7년이 소요될 전망이다.

인수위는 2단계에서 20조원,최종적으로 매각을 완료하면 최대 60조원의 자금이 들어올 것으로 보고 있다.

곽승준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위원은 "민간자금을 끌어들여 경제활성화를 도모한다는 것이 MB노믹스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금융시장 안전판 역할'논란

하지만 인수위의 이 같은 산은 IB 부문 분리 매각 방안은 당초 '조속한 민영화' 방안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이명박 후보의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후 캠프 관계자들은 "산업은행 민영화를 조속히 실시할 것이며 아무리 늦어도 차기 정부 임기 중에는 완료할 것"이라고 말해왔다.

하지만 7일 마련된 방안대로 된다면 아무리 일러도 산은 민영화 완료는 차차기 정부에서나 가능해진다.

여기에다 법률 개정 등 실무작업에 들어가면 인수위 안대로 될지도 의문이다.

이처럼 인수위가 물러선 것은 재경부와 산은의 반발 때문이다.

재경부는 7일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산은을 당장 분리 매각할 경우 산은이 이제껏 맡아왔던 금융시장 안전판 역할 등 공적기능은 어떻게 하느냐"고 인수위를 공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LG카드 사태 등과 같이 금융시장에 커다란 혼란이 발생할 경우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시장 안정을 단행할 기구가 있어야 하는데 산은이 없어지면 누가 담당하느냐는 얘기다.

여기에다 산은을 민영화하는 과정에서 산은이 갖고 있는 한국전력 지분 등 공기업 지분 처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결국 이런저런 문제를 들고 나온 재경부에 밀려 인수위가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는 전언이다.

일각에선 인수위가 여러 사안을 고려하지 않은 채 중기 지원 재원 조달에만 급급해 이 같은 결과가 초래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