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민영화 방안이 나왔다.

산은의 투자은행(IB) 업무와 대우증권을 합쳐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한 뒤 지분을 단계매각해 5~7년 후 완전 민영화하고,매각대금으로 중소기업지원을 위한 KIF(Korea Investment Fund)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산은이 맡아온 금융시장 안전판으로서의 역할을 살려 정책금융기능을 남기기로 가닥을 잡은 것은 어느 정도 합당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 산업은행 민영화 방안은 차기 정부의 핵심과제인 공기업 민영화 계획이 구체화된 첫 케이스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인수위는 산은 민영화의 전제로 금산분리(金産分離)의 완화 방침을 분명히 한것도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금융지주회사의 기업가치가 무려 60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금산분리가 완화되지 않고는 토종자금을 끌어들이는 것이 어렵고 자칫 외국자본에만 이득을 가져다 줄 가능성이 큰 까닭이다.

하지만 민영화 기간을 5~7년으로 잡고 있는 것은 솔직히 납득하기 어렵다.

법령개정에서부터 지주회사 설립,단계적 지분매각 등 복잡한 과정을 감안해도 이 일정은 지나치게 더디다.

곧 준비작업에 착수하더라도 잘해야 차차기 정부에서나 민영화가 매듭진다는 얘기다.사실상 산은 민영화는 물건너 간 것 아니냐는 시장 반응이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현대건설,대우조선해양,하이닉스 등 산은이 보유한 민간기업의 지분매각이 지주회사 설립 이후로 미뤄지게 된 것도 마찬가지다.

금융지주회사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라지만,굳이 지주회사 설립과 연계시키는 것이 얼마나 설득력을 갖는지 의문이다.

막대한 규모로 투입된 공적자금 회수가 시급한 것은 물론,증시 활성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가능한한 빨리 이들 기업을 매각해야 한다.

기왕에 산은을 민영화하기로 했다면 과감하게 서두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제 기획예산처는 인수위 보고를 통해 한전과 가스공사를 우선적인 민영화 대상으로 삼고 분할매각 방안을 내놨다.

국가 기간산업임에도 당장 민영화하는데 무리가 없다는 판단으로 들린다.

산은 민영화는 차기정부 공기업 개혁의 첫단추이고,공기업 구조개편의 방향을 가늠하는 시금석(試金石)이 될 수밖에 없음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