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초반 '오바마 돌풍'에 일격을 맞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뉴욕주 상원의원이 눈물을 흘렸다.

지극히 이성적이고 냉정하며 완벽해 보이던 힐러리다.

그런 힐러리가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예비 선거)를 하루 앞두고 그것도 유권자들 앞에서 울었다.

과연 '힐러리의 눈물'이 버락 오바마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의 '검은 돌풍'을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를 하루 앞둔 7일(현지시간).뉴햄프셔 포츠머스의 한 카페에는 16명의 유권자들이 모였다.

상대는 힐러리.마리안드 퍼놀드 영이라는 프리랜서 사진 기자는 "어떻게 그렇게 항상 잘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힐러리는 예의 차분한 모습으로 "미국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신념이 마라톤 같은 장기 대선 레이스를 지탱하게 하는 힘"이라고 역설했다.

그리곤 "쉽지 않다. 쉽지 않아. 이것이 옳은 일이라는 믿음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미국이 뒷걸음질 치는 걸 정말 보고 싶지 않다"고 말하다 감정이 복받쳐 주르르 눈물을 흘렸다.

힐러리는 이내 감정을 추스르고 "대선 후보 중 몇몇은 준비가 돼 있으나 몇몇은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말해 '검은 돌풍'의 진원지 오바마 의원을 겨냥해 힐러리답게 상황을 수습했다.

힐러리는 나중에 팍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눈물을 흘린 건 지극히 어이없는 일이었다"고 털어놨다.

힐러리는 냉정하고 좀처럼 흐트러짐이 없다.

이런 힐러리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며 솔직한 모습을 보였으니 화제가 아닐 수 없다.

일부에서는 의도적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선거 전문가들은 오바마의 검은 돌풍에 고전하고 있는 힐러리가 지친 나머지 눈물을 보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힐러리는 지난 4일 실시된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 오바마에게 패한 데 이어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 여론 조사에서도 10%포인트 차 이상으로 뒤져 있다.

이유야 어떻든 힐러리의 눈물은 선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많다.

당장 현장에 있던 유권자들의 마음이 움직였다.

질문자인 영은 "힐러리의 솔직한 감정 표현에 감명받았다"고 말했다.

동석했던 앨리슨 해밀턴은 "오바마를 지지하려 했으나 힐러리로 마음을 바꿨다"고 털어놨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