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미국의 경기지표 둔화로 글로벌 증시가 급조정을 받은 가운데서도 인도와 중국 말레이시아 등 일부 아시아 이머징 마켓 증시는 상승세를 지속해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국내 자금이 비교적 많이 투자된 인도 증시의 경우 올해 들어 단 하루도 조정받지 않고 연일 강세를 보이면서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8일에는 장중 한때 사상 처음으로 21,000선을 넘어섰다.

중국 상하이지수도 작년 말 중국 정부의 긴축정책 우려로 20% 이상 조정받았으나 12월 중순부터 반등세를 지속,하락폭의 절반 정도를 회복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증시 또한 연일 최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글로벌 악재의 무풍지대

이들 이머징 마켓의 공통점은 외부 악재들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데다 내부 호재가 잇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중국 증시의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의 참여가 제한돼 있어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악재로부터 별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반면 내부적으로는 △조정에 따른 밸류에이션 부담 해소 △기업들의 수익성 양호 △풍부한 유동성 등 호재가 넘쳐난다.

전병서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일각에선 미국 경기 둔화에 따른 소비 감소가 중국 경제에도 타격을 줄 것이란 우려가 있으나 중국 주요 기업의 수익성은 여전히 연간 평균 30~40%씩 증가하고 있다"며 "더구나 무역수지 흑자 등을 배경으로 중국 증시로 매달 300억~400억달러에 달하는 유동성이 공급되고 있어 내부적으로는 조정받을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선주 한국투자증권 중화시장담당 애널리스트는 "작년 말 조정으로 상하이A증시의 경우 주가수익비율(PER)이 27배로 과거 고점 당시 35배보다 크게 내려와 중국 내 투자자들 사이에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 증시도 마찬가지다.

최형준 한국투자증권 인도시장담당 애널리스트는 "인도 경제는 수출보다는 내수 중심이어서 글로벌 경기 위축 영향을 덜 받는 데다 인프라와 내수 관련 산업의 성장률이 높아 최근 세계 증시 조정의 완충지대로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 인도 증시 시가총액 비중이 큰 소비재와 은행 등 내수 관련주가 증시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원자재 가격이 강세를 보이는 것도 에너지 및 원자재 산업 비중이 큰 이들 국가의 증시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인도 증시와 펀드 전망

인도펀드는 최근 증시 강세에 힘입어 해외 펀드 가운데 최고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해외 펀드의 최근 1년 미만 평균 수익률에서 인도펀드가 1위를 휩쓸고 있다.

특히 최근 3개월 수익률에서는 21.49%로 압도적이다.

전문가들은 인도 증시의 주도주인 내수 관련주의 성장률이 워낙 좋은 만큼 올해도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최 애널리스트는 "외국계 증권사들은 올해 인도 뭄바이지수가 24,000∼25,000선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에 따라 인도펀드의 올해 연간 기대 수익률도 20∼30%에 달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라고 말했다.

중국펀드 수익률은 상하이지수 강세와 달리 부진하다.

주요 자산 대부분이 최근 조정폭이 큰 홍콩H주에 편입돼 있기 때문이다.

조 애널리스트는 "최근 상하이증시가 오르고 홍콩H증시가 떨어지면서 양 증시 동시 상장 종목 간 H주 가격 할인율이 55.1%로 확대돼 H주의 밸류에이션 매력이 다시 증가한 상태"라며 "더구나 상하이증시는 올해 기간별 등락이 있더라도 7000∼8000선까지는 오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 양 지수 간 격차를 좁히는 차원에서 H증시도 바닥을 치고 상승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따라서 "중국펀드의 경우 지금이 가입 여부를 타진해볼 기회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