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차(車)'를 향한 현대차의 꿈을 실현시켜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제네시스는 개발비만 5000억원이 투입된 역작이다.

엠블럼도 기존 현대차와 차별화할 정도로 특별 대접을 받으며 태어난 제네시스는 현대차로부터 두 가지 특명을 부여받았다.

내수 시장을 무섭게 파고들고 있는 수입차에 맞서 국내 럭셔리 카 시장을 사수하는 게 첫 번째 임무이고,세계 럭셔리 카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위한 교두보를 구축하는 게 두 번째 임무다.

제네시스가 '현대차=중·저가 차'라는 기존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현대차를 명품차 메이커로 도약시키는 첨병 역할을 맡은 것이다.

일본 도요타가 1989년 고급 세단 '렉서스'를 내놓으면서 세계 럭셔리 카 시장에 지각 변동을 일으킨 성공 사례를 재현한다는 게 현대차의 목표다.

◆수입차 공세를 막아라

수입차는 지난해 국내에서 총 5만3390대가 팔렸다.

전년보다 31.7% 늘어난 수치다.

시장 점유율도 처음으로 '5% 벽'을 깼다.

신차 두 대 중 한 대를 파는 '터줏대감' 현대차로선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은 "요즘 국내 소비자들은 가격만 괜찮다면 주변 눈치를 보지 않고 수입차를 구매한다"며 "올해는 제네시스로 수입차 공세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막아내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최근 광고를 통해 아우디 A8과의 정면 충돌 장면을 내보내는 것도 수입차와 '맞짱'을 뜨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특히 고급 세단 시장은 부가가치가 높은 '돈 되는' 시장이어서 현대차로선 수입차의 시장 확대를 수수방관할 수 없는 처지다.

현대차는 수입차의 공세를 차단하기 위해 사회적으로 성공한 30~40대 전문직 종사자와 고소득 자영업자,기업체 중역 등을 대상으로 제네시스의 마케팅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올해 국내에서만 3만5000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다.

작년 1만6000대가 팔린 고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베라크루즈보다 두 배 이상 많이 팔겠다는 계획이다.

◆해외 고급차 시장 뚫어라

현대차가 제네시스에 거는 또 다른 기대는 세계 럭셔리 카 시장 내 거점 구축이다.

제네시스가 성공을 거둘 경우 싼타페 등 다른 차종의 판매를 견인할 뿐더러 본격적으로 럭셔리 카를 양산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어서다.

제네시스가 해외 고급 차에 적용되는 △후륜구동 △독립 엠블럼 △이중 소음기 △세로 봉제선 좌석 등을 채택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제네시스의 전략 시장은 북미 지역이다.

이 곳의 럭셔리 카 시장 규모는 전체의 4%(34만대·2006년 기준) 수준.BMW 5시리즈가 가장 많이 팔리며 벤츠 E클래스와 렉서스 GS모델이 뒤를 잇고 있다.

현대차가 경쟁 차종으로 꼽고 있는 모델도 BMW 5시리즈와 벤츠 E클래스다.

현대차는 작년 말 기자들을 대상으로 BMW 530i 및 벤츠 E350과 비교 시승회를 가질 정도로 성능 면에선 자신감을 갖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럭셔리 카 시장뿐만 아니라 대중 차 시장까지 노릴 수 있는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경쟁에서 불리하지 않다"고 말했다.

제네시스는 사전 마케팅을 거쳐 올 하반기 북미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해외판매 목표는 올해 2만대,내년 4만5000대다.

김현수 성균관대 교수(기계공학)는 "현대차의 품질은 이미 국제적인 수준에 도달해 있지만 브랜드 이미지 때문에 낮게 평가돼 온 게 사실"이라며 "제네시스가 성공할 경우 현대차의 약점이던 브랜드 이미지가 크게 향상돼 글로벌 톱5 진입의 발판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