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작은정부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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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경영개발원(IMD) 세계경제포럼(WEF) 헤리티지재단 CATO 국제투명성위원회(TI) 등이 국가경쟁력을 평가할 때 꼭 살펴보는 변수는 정부 효율성,부패,규제체계다.
기본적으로 정부는 개인과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보장하고,개별 주체들의 경제행위는 '가급적' 시장자율기능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서 '가급적'이란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우선 하나는 소위 외부효과,시장실패가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정부가 개입을 통해 이를 수정하거나 방지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때 중요한 것은 그 개입과 감독이 분명한 논리와 원칙을 토대로 투명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시장에서 예측가능성이 확보될 수 있고 정책 신뢰성도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외부효과,시장실패는 영원불변적인 게 아니란 의미가 있다.
시장메커니즘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도래하면 언제든 정부는 발을 뺄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여전히 개입하면 이번에는 정부실패 위험을 국민들이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각 부처가 인수위에 보고를 하면서 어제 한 얘기,오늘 한 얘기가 그렇게 다를 수 없다.
정권이 바뀌었으니,또 새 정권이 요구하니 당연한 것 아니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그동안 정부 개입과 감독이 원칙과 논리에 근거하지 않고 얼마나 '정치적 필요'에 따라 임의적으로 이뤄져왔는지를 보여주는 것에 다름아니다.
정권에 따라 정부 개입과 감독이 이렇게 춤추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정권 교체의 불안정성,후진성을 나타내는 것이다.
바로 그 때문에 기대를 모았던 것은 정부조직 개편이었다.
정부 역할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 올 정도로 이번에는 뿌리까지 손볼 수 있을까해서였다.
그러나 기능위주 개편 얘기가 흘러나올 때 이미 알아봤다.
부처 수를 몇 개 줄인다고 하지만 아무리 따져봐도 이건 '개편'이 아니라 물리적인 '재편' 내지 '통합'에 더 가까운 것 같다.
과거로 다시는 되돌아 갈 수 없는 그런 불가역적인 개편이 아니라 상황이 바뀌면 언제든 되돌아 갈 수 있는 재편으로 그치는 게 아닌가 싶다는 얘기다.
여기에 공무원 감축은 없다고 아예 못박아버렸다.
시장으로 넘겨야 할 불필요한 기능은 과감히 도려내겠다고 해 놓고선,그로 인해 남아 돌 공무원은 감축하지 않겠다고 하니 이런 식의 개편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차기 정부는 기업정책을 바꾸겠다,규제를 많이 완화하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실질적인 기능축소,인원감축 없는 정부조직에서 과연 얼마나 효과가 지속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관성은 정말 무섭다.
정권이 바뀌면 바로 되돌아 가려 할 것이고, 그 전에라도 그럴 수 있는 기회를 호시탐탐 노릴 게 뻔하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경제가 어렵다 싶으면, 또 문제 해결에 시간이 좀 걸린다 싶으면 정부개입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게 공무원들이다.
부처마다 각종 협회나 단체들을 잔뜩 만들어 놓고 때만 되면 이들을 여론 조성용으로 이용할 만큼 그 뿌리는 너무나 깊다.
갈수록 세상은 복잡해지고 미래는 예측하기 어렵다.
이런 환경 변화에 관료화된 조직이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은 긴 설명이 필요없다.
앞으로 얼마나 정부실패를 더 경험해야만 근본적인 정부조직 수술에 나설까.
안현실 논설위원ㆍ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
기본적으로 정부는 개인과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보장하고,개별 주체들의 경제행위는 '가급적' 시장자율기능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서 '가급적'이란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우선 하나는 소위 외부효과,시장실패가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정부가 개입을 통해 이를 수정하거나 방지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때 중요한 것은 그 개입과 감독이 분명한 논리와 원칙을 토대로 투명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시장에서 예측가능성이 확보될 수 있고 정책 신뢰성도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외부효과,시장실패는 영원불변적인 게 아니란 의미가 있다.
시장메커니즘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도래하면 언제든 정부는 발을 뺄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여전히 개입하면 이번에는 정부실패 위험을 국민들이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각 부처가 인수위에 보고를 하면서 어제 한 얘기,오늘 한 얘기가 그렇게 다를 수 없다.
정권이 바뀌었으니,또 새 정권이 요구하니 당연한 것 아니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그동안 정부 개입과 감독이 원칙과 논리에 근거하지 않고 얼마나 '정치적 필요'에 따라 임의적으로 이뤄져왔는지를 보여주는 것에 다름아니다.
정권에 따라 정부 개입과 감독이 이렇게 춤추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정권 교체의 불안정성,후진성을 나타내는 것이다.
바로 그 때문에 기대를 모았던 것은 정부조직 개편이었다.
정부 역할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 올 정도로 이번에는 뿌리까지 손볼 수 있을까해서였다.
그러나 기능위주 개편 얘기가 흘러나올 때 이미 알아봤다.
부처 수를 몇 개 줄인다고 하지만 아무리 따져봐도 이건 '개편'이 아니라 물리적인 '재편' 내지 '통합'에 더 가까운 것 같다.
과거로 다시는 되돌아 갈 수 없는 그런 불가역적인 개편이 아니라 상황이 바뀌면 언제든 되돌아 갈 수 있는 재편으로 그치는 게 아닌가 싶다는 얘기다.
여기에 공무원 감축은 없다고 아예 못박아버렸다.
시장으로 넘겨야 할 불필요한 기능은 과감히 도려내겠다고 해 놓고선,그로 인해 남아 돌 공무원은 감축하지 않겠다고 하니 이런 식의 개편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차기 정부는 기업정책을 바꾸겠다,규제를 많이 완화하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실질적인 기능축소,인원감축 없는 정부조직에서 과연 얼마나 효과가 지속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관성은 정말 무섭다.
정권이 바뀌면 바로 되돌아 가려 할 것이고, 그 전에라도 그럴 수 있는 기회를 호시탐탐 노릴 게 뻔하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경제가 어렵다 싶으면, 또 문제 해결에 시간이 좀 걸린다 싶으면 정부개입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게 공무원들이다.
부처마다 각종 협회나 단체들을 잔뜩 만들어 놓고 때만 되면 이들을 여론 조성용으로 이용할 만큼 그 뿌리는 너무나 깊다.
갈수록 세상은 복잡해지고 미래는 예측하기 어렵다.
이런 환경 변화에 관료화된 조직이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은 긴 설명이 필요없다.
앞으로 얼마나 정부실패를 더 경험해야만 근본적인 정부조직 수술에 나설까.
안현실 논설위원ㆍ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