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사업분야를 새로운 방식으로 개척하는 일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남들이 하지 않은 것을 생각해 내야 하고 그런 활동은 마치 씨앗 파종처럼 곳곳에 뿌려져야 한다.

구글 3M HP 등이 직원들의 비공식적인 활동,자율적인 활동을 조직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미래의 창조적 전환을 위해 씨를 뿌리는 일종의 '투자'다.

구글은 초창기부터 '20%룰'을 통해 모든 직원이 업무시간의 20%를 자신이 원하는 창의적인 프로젝트에 힘을 쏟게 하고 있다.

20%룰은 개인이 사무실 복도에 있는 낙서판이나 온라인 게시판 등을 통해 아이디어를 내고 이에 동참할 동료를 구하면서 시작된다.

사람들이 모이면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구체적인 계획도 세우게 된다.

구성원 각자가 근무시간의 20%를 투자해 추진한 프로젝트 가운데 회사가 채택한 것은 정식 프로젝트로 승격될 수 있다.

20% 프로젝트가 회사의 정식 프로젝트인 80% 프로젝트로 바뀌면 회사는 필요한 인력과 자금,장비 등을 지원한다.

구글 스카이,G메일,구글 맵스,구글 뉴스 등이 20%룰로 시작한 뒤 80% 프로젝트로 발전돼 성공한 케이스다.

구글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콜린 윈터씨(24)는 20% 프로젝트의 대표적인 팀리더다.

그는 200여명의 팀원과 일하고 있다.

윈터씨는 본래 자신의 업무 이외에 근무시간의 20%를 '테스트 그룹'이라는 곳에 할애하고 있다.

테스트그룹은 내부적으로 소프트웨어 품질을 최고 수준으로 내놓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20%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걸림돌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윈터씨는 "모든 사람이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고 우리는 정말 좋은 아이디어가 개발되기를 원한다"면서 "스스로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을 표현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가장 큰 리스크"라고 답변했다.

그렇다면 20%룰에 따른 프로젝트가 성공하지 못할 경우 어떻게 할까.

윈터씨는 "프로젝트가 실패하더라도 진행된 내용을 모두 공유한다"면서 "그 내용을 토대로 프로젝트를 추가로 진행시켜 성공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모든 프로젝트는 문서화돼 있어 과거 프로젝트 진행자들이 언제 왜 실패했는지를 알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구글에서 모든 구성원이 반드시 20% 프로젝트를 수행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윈터씨는 "20% 프로젝트는 의무가 아니라 창조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한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20% 프로젝트를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 결과 구글에는 수 백개의 20% 프로젝트팀이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구글 뿐 아니라 3M도 창조의 씨앗을 뿌리고 있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3M은 매우 오래전부터 근무시간의 15%를 창의적인 연구활동에 할애하도록 하고 있다.

연구개발 조직 등에 15%룰을 집중적으로 적용했다.

그 결과 최대 히트상품인 포스트-잇 등 아이디어 상품이 개발됐다는 것은 유명한 일이다.

3M은 아이디어에 대한 인큐베이션 시스템까지 갖췄다.

구성원이 15%룰을 활용해 아이디어를 내면 그 중 실제로 상용화할 수 있는 것을 채택해 정책적으로 키운다.

아이디어가 채택되면 소규모 팀을 구성하고 그 팀에선 엔지니어뿐 아니라 마케팅 등 모든 분야의 인력을 끌어들여 신제품 개발을 하게 된다.

HP도 오픈랩(Open Lap) 정책에 따라 연구소를 24시간 개방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에 있는 HP연구소에서 만난 IPG부문 엔지니어 프레데릭 게레씨(32)는 "연구소 운영을 매우 유연하게 한다"면서 "근무시간 이외에도 창의적인 연구활동을 할 수 있도록 언제나 연구실이 개방돼 있다"고 말했다.

마운틴뷰.팔로알토(미국)=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

< 한경ㆍ삼성경제연구소 공동기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