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자동차사인 제너럴모터스(GM)가 야심작으로 개발한 '허머 HX' 컨셉트카를 디자인한 사람이 30대의 젊은 한국 여성이어서 화제다.

주인공은 GM에서 카디자이너로 활약 중인 강민영씨.강씨는 가장 남성적인 자동차로 불리는 GM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허머의 최신 모델 '허머 HX'를 디자인했다.

허머 HX는 신세대 소비자를 겨냥해 기존 허머보다 콤팩트하고 역동적인 디자인을 강조한 허머 4세대 모델로 친환경 연료 사용과 높은 연료 효율성을 자랑한다.

이번 주말 열리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릭 왜고너 회장이 직접 공개할 예정일 정도로 GM으로선 기대를 거는 차종이다.

강씨는 당초 군용트럭이어서 가장 남성적인 모델로 불리는 허머에 한국 여성 특유의 감성을 불어넣음으로써 허머를 다재다능한 팔방미인으로 다시 태어나게 한 주인공이다.

그는 "허머는 남성들의 차로 알려져 있지만 소형 모델인 허머3의 42%는 여성 운전자에게 판매됐다"며 "이런 점을 감안해 남성적이고 강인한 기존 장점을 충분히 살리면서도 '놀이의 관념'이 들어간 재미있는 허머를 추구한 것이 호평을 받은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강씨가 이 차에 더욱 애착을 갖는 것은 그가 보인 집념의 산물이기 때문.강씨는 제주에서 태어나 제주대를 졸업한 뒤 서울의 한 투자신탁회사에서 안정된 직장생활을 했다.

그렇지만 어릴 적부터 간직해온 자동차 디자이너의 꿈을 포기하지 못했다.

그래서 모든 걸 포기하고 2001년 유학길에 올랐다.

"부모님의 반대 등 유학을 결정하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꿈을 이루고 싶다는 욕구가 너무나 강했다"고 회상했다.

어려운 유학길을 떠나 그가 들어간 학교는 자동차 디자인으로 유명한 디트로이트의 'CCS(College for Creative Studies)'.이곳에서 교통디자인을 전공한 뒤 졸업과 함께 GM에 입사했다.

강씨는 컨셉트카 허머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허머 스튜디오'에 근무하던 중 GM이 차세대 허머를 제작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이끌어갈 '젊은 디자이너 3인방'으로 선발됐다.

허머 디자인에 참여한 여성은 그가 처음일 정도로 처음부터 GM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이후 3년간의 노력 끝에 선보인 작품이 바로 허머 HX다.

강씨는 "회사에서 남성적인 이미지로 굳어진 허머에 다양하고 신선한 아이디어를 접목시키기 위해 입사 초년생 여성을 발탁했던 것 같다"며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고향인 제주의 파도와 풍광에서 디자인의 영감을 얻는다"는 강씨는 "꿈을 이루기 위해선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고 확실한 목표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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