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이건희 회장에게 9일은 특별한 날이다.

1942년 1월9일생인 이 회장은 이날 66회째 생일을 맞았고 이에 맞춰 삼성 맨들의 꿈인 '자랑스런 삼성인상' 시상식도 열렸다.

하지만 이날 삼성의 분위기는 잔칫집과 거리가 멀었다.삼성 비자금 특별 검사의 공식 활동(10일)을 하루 앞둬서인지 임직원들의 표정도 무겁고 침울했다.

삼성인상 시상식은 규모가 대폭 축소됐고 작년과 달리 이 회장은 행사에 불참한 채 한남동 자택에서 가족들과 함께 '조용한 생일'을 보냈다.

이 회장은 지난해 12월28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재계 총수 간 만남에 참석한 이후 다시 칩거에 들어갔다.

당선인과의 만남에 참석한 것은 차기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비자금 의혹이 처음 제기된 작년 10월 말부터 대외 활동을 접은 상태다.

최고경영자(CEO) 출신의 새 대통령을 맞는 재계가 "이제야 말이 통하는 대통령을 만났다"며 한껏 고무돼 있지만 정작 재계 1위인 삼성과 이 회장은 깊은 침묵과 시름에 빠져 있는 것이다.

이 회장은 작년 1월2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그룹 신년 하례식에서 "디지털 시대 1년의 변화는 아날로그 시대 100년의 변화와 맞먹는다"며 "영원한 1등은 존재하지 않고 삼성도 예외일 수 없는 만큼 반도체와 무선 통신의 뒤를 이을 신사업의 씨앗을 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빠른 속도로 변하는 디지털 시대에 이 회장은 이미 두 달여를 흘려 보냈고 특검 기간(최장 105일)까지 합치면 6개월가량을 경영 활동과 상관 없는 일에 허비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기업인을 애국자처럼 떠받들겠다"는 새 정부의 공언도 이 회장과 삼성엔 '딴 나라' 얘기처럼 들릴지 모른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