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 운임은 지난해 환율 및 원자재와 함께 우리 수출기업들의 발목을 잡은 '3적(敵)' 가운데 하나였다.

철강 석탄 등을 국내로 들여올 때 드는 벌크 운임과 우리 제품을 해외로 실어나르는 컨테이너 운임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동반 상승했기 때문이다.

실제 연초 4000포인트대에서 시작한 BDI지수(건화물종합운임지수.원자재를 운반하는 벌크선 운임을 지수화한 것)는 작년 말 1만포인트대로 2배 이상 뛰었으며,컨테이너 운임도 연초 대비 30% 이상 급등했다.

"환율보다 해상 운임이 더 무섭다"는 수출업계의 '비명'이 괜한 엄살만은 아니었다.

불행하게도 수출기업들의 비명은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데다 해운 수요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이미 세계 양대 해운동맹인 구주운임동맹(FEFC)과 태평양항로안정화협의회(TSA)는 올해 대폭적인 운임 인상을 예고해 놓고 있다.

"인상폭이 문제일 뿐 인상 자체는 피할 수 없는 대세"라는 게 한진해운 현대상선 STX팬오션 등 국내 3대 선사 CEO(최고경영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박정원 한진해운 사장은 기자와 전화인터뷰를 통해 "유가 상승과 내륙 물류비 인상 여파로 올해도 컨테이너 운임은 상승할 것"이라며 "인상폭은 각 화주들과 개별 협상을 통해 결정되지만 최소 10% 이상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박 사장은 "올해 전 세계 물동량은 작년보다 12~13% 늘어날 전망"이라며 "선복량(船腹量♥선박의 화물적재 공간)도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확대되기 때문에 시황은 작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종철 STX팬오션 부회장은 "화주들이 체감하는 컨테이너 운임 인상폭은 20%에 육박할 것"이라며 보다 공격적인 전망을 내놨다.

노정익 현대상선 사장은 "화주들도 유가를 비롯한 각종 비용이 늘어난 점을 인정하는 만큼 운임은 오를 수밖에 없는 상태"라며 "다만 현재로선 인상폭을 예단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해 큰 폭으로 상승한 벌크 운임은 올해도 강세를 띨 것으로 내다봤다.

이 부회장은 "올해 BDI지수는 작년 평균치를 다소 상회하는 7000~8000포인트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 부회장은 그 이유로 전 세계 원자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는 '중국 수요'가 변함이 없는 반면 주요 선사들의 벌크선 확충 계획은 지연되고 있는 점을 들었다.

박 사장과 노 사장도 "BDI지수는 지난해에 이어 강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해운업계 CEO들은 운임 인상에도 불구하고 올해 수익성이 크게 좋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연료비,하역비,내륙운송비 등 가파르게 상승한 각종 비용을 100% 화주들에게 떠넘길 수 없는 만큼 일부는 선사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노 사장은 "적정한 이익을 내기 위해선 경영합리화를 통해 비용을 줄이고,냉동화물 등 고부가가치 화물 수주를 확대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