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코지, 이번엔 '행복경제' 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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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친화적 경제 개혁을 추진 중인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이번엔 국민들의 행복 지수를 높이는 데 팔을 걷어붙였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국내총생산(GDP) 통계만 따지지 말고 가격이 형성되지 않아 GDP에서 누락된 개인의 행복 지수도 함께 평가해 보자"며 '행복 경제학(Happiness Economics)' 이론을 제시했다.
그는 행복지수 개발을 위해 2001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와 1998년 수상자인 인도 벵골 출신의 아마르티야 센 박사를 정부산하 위원회에 영입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개인의 행복이나 주관적인 삶의 질을 기존 GDP 통계에 포함시켜 평가하는 새로운 측정 방식 연구를 맡게 됐다.
스티글리츠와 센은 경제지표가 계속 성장세를 나타내도 개인들의 생활이 나아지지 않는 모순된 경제상황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해왔다.
지난해 5월 대통령 취임 후 신자유주의적 행보를 보였던 사르코지 대통령이 그동안의 주장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행복 지수를 주창하고 나서 프랑스 안팎에선 그 배경과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사르코지는 친기업적 환경 조성을 통한 경제 성장을 위해 감세,공무원 감축 등 과감한 개혁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공무원과 학생들이 반발하고 인플레 우려가 커지는 등 개혁 역풍도 만만치 않아 지지율은 최근 48%를 기록,취임 후 처음으로 50% 아래로 떨어졌다.
세계화의 비판자로 유명한 스티글리츠 교수를 영입,행복지수 개발에 나선 것은 이런 현실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게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행복 지수를 언급한 사르코지의 진짜 속내가 분명히 드러나진 않았으나 그는 시장친화적 경제 개혁을 흔들림 없이 지속하겠다는 뜻도 분명히했다.
사회당 정부에 의해 10여년 전 도입된 주 35시간 근무제를 올해 중 폐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주 35시간 근무제는 지난 26년간 프랑스에서 좌파가 득세하면서 생긴 '덜 일하고 더 받자'는 '프랑스 병'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사회당은 "(사르코지 정부에 대한) 환상의 시간이 끝나고 분노의 시간이 시작되고 있다"며 즉각 반발했지만 사르코지는 "프랑스의 성장을 가로막는 진정한 위협은 프랑스 내에 있다"며 강한 추진 의지를 보였다.
사르코지는 이날 연설에서 이탈리아 및 스페인 정부와 보조를 맞춰 불법 이민자 추방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모든 공영 채널의 광고를 폐지하는 등 공영 방송의 대대적인 개혁도 다짐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