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건설 자동차 등 지난해 상승장에서 제대로 오르지 못했던 일부 업종 대표주의 부진이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 속에 일부 종목들은 새정부 정책의 불확실성이라는 악재까지 겹쳐 약세를 보이고 있다.

9일 국민은행은 1.26% 하락한 6만29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최근 9거래일 동안 하루도 오르지 못하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은행업종이 0.39% 하락하는 동안 7.88%의 하락률을 기록하며 체면을 구겼던 국민은행의 부진이 올해도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백동호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민은행은 조달금리 상승과 은행자금 이탈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데다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시장의 신뢰를 잃으며 은행주 가운데 가장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2005년 말 이후 주가가 계속 내리막길을 걸어온 현대차의 부진도 여전하다.현대차는 지난해 운수장비 업종이 72.81% 오르는 동안 6.23% 상승하는 데 그쳤고 올 들어 주가가 다시 6만원대로 밀리며 투자자들에게 실망을 안겨 주고 있다.

올 들어 신차 출시와 증권사들의 매수 추천이 이어지고 있지만 약발이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증권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작년 말부터 외국인이 집중적으로 매도하면서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며 "미국과 중국시장에서의 경쟁력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평가가 나올 때까지 반등의 모멘텀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전기가스업종의 대장주인 한국전력은 2006년 이후 실적 부진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으로 보여 주가도 2006년 초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하나대투증권 주익찬 연구원은 "한국전력은 4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데다 전기요금 인상이 지연되고 있어 당분간 실적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K텔레콤대우증권은 정책 불확실성이 불거지며 주가가 약세로 돌아선 경우다.SK텔레콤은 올 들어 11.64% 하락하며 통신업종 하락률 7.7%를 웃돌았다.같은 기간 경쟁업체인 KT는 3% 하락하는 데 그쳤다.

대신증권 이동섭 연구원은 "SK텔레콤의 기업가치 향상에 대한 기대감은 변화가 없지만 새 정부의 통신비 인하 방침에 따른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적극적인 매수 시점은 오는 2월 이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대형 증권주 가운데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대우증권은 연말 M&A에 대한 기대감으로 급등했지만 최근 인수위원회가 장기매각으로 선회하면서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증권업종 내 시가총액도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에 이어 3위로 밀려난 상태다.

이 밖에 지난해 건설업종 상승률의 3분의 1밖에 오르지 못했던 대우건설과 패션 대장주로 부상한 LG패션의 부진도 이어지고 있다.심재엽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1분기 이후 경기소비재 관련주가 부각될 시점이 돼야 업종대표주도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