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열린 한국은행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강만수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의 마무리 발언이 평소와 달리 수십분간 지속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강 간사는 길게 이어진 마무리 발언 내용에 대해 "(한은이) 정부 경제정책에 협조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만 밝혔으나 인수위 안팎에서는 한은에 대해 그의 평소 소신을 피력하면서 "한은이 정부의 거시경제 운용과 따로 놀아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의 업무보고는 비공식 행사였다.

정부 부처가 아니어서 당초 보고 일정이 없었으나 정책공조를 위해 별도로 일정을 잡았다는 것이다.

일종의 '번외 경기'였던 셈.하지만 어느 부처 못지않게 긴장감이 흘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강 간사가 재정경제원 차관으로 있었던 1997년까지는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을 재경원 장관이 맡고 있었다.

한은은 통화정책의 집행 부서일 뿐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금통위는 재경부 관할에 있었던 것.정부의 거시경제 운용에서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일관성있게 집행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한은은 재경부의 감독을 받으며 일했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뒤 은행감독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떨어져 나오면서 금통위 의장은 '한국은행 총재'로 바뀌었다.

은감원을 떼주는 대가로 금통위 의장 자리를 챙긴 셈이다.

여기에다 2003년 한은법 개정으로 '통화관련 예산'을 결정하는 권한이 재경부에서 한은 금통위로 넘어가는 등 한은의 독립성은 지난 10년간 줄곧 강화돼 왔다.

강 간사는 이 같은 한은의 독립에 대해 "경제부처와 한은이 톱니바퀴처럼 물려 돌아가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인수위의 핵심 관계자는 "강 간사의 마무리 발언은 아주 드라이한 어조로 정중하게 진행됐지만 내용을 보면 한은에 대한 '뼈 있는 발언'이 상당수 들어 있었다"고 전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