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한국은행에 대해 "통화정책 결정 때 부동산 등 자산가격을 고려대상으로 삼아달라"고 9일 당부했다.이는 부동산 규제 완화로 집값이 들썩거릴 경우 금리를 동원해서라도 제어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인수위의 강력한 주문으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은 딜레마에 빠졌다.통화 정책을 부동산 가격 제어 수단으로 활용할 경우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공약인 '747공약(연 7% 경제성장,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세계 7대 선진국 진입)'에 배치되는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통화 정책 바뀌나

강만수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는 이날 한은의 보고를 받고 "과잉 유동성이 자산 버블을 초래할 염려가 없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당부했다.강 간사는 기자들과 만나 "한은이 금리 목표를 운용함에 있어 부동산 가격 안정을 고려하겠다고 보고해 '잘 생각했다'고 답했다"며 "앞으로 한은은 소비자물가뿐만 아니라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통화정책을 펼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지난 7일 재정경제부 업무보고를 받은 뒤에도 "조세정책이 아니라 통화정책으로 투기를 억제하겠다"고 밝혔다.

한은은 참여정부 기간 중 부동산 가격이 급등할 때도 대외적으로는 '부동산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일은 없다'고 강조해왔다.'물가 안정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되 경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금리를 결정한다'는 것이 한은의 기본적인 태도였기 때문이다.따라서 통화정책에 부동산 등 자산가격 변화를 반영하겠다는 것은 상당한 기조 변화로 볼 수 있다.

강만수 간사가 이날 "유동성 관리를 주축으로 부동산을 관리하겠다"며 "유동성 관리란 1차적으로 통화정책을 의미하며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의 대출 규제는 2차적 수단"이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금융시장에선 이에 대해 "결국 부동산 가격이 오를 조짐을 보이면 금리를 올려서라도 잡겠다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유동성 줄이자니…

하지만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부동산 가격과 통화 정책을 곧바로 연결시키지 말아달라"고 밝혔다.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는 데 있어 통화정책은 유동성 조절의 한 수단일 뿐이라는 것이다.인수위에 파견된 최중경 재정경제부 국장도 "물가를 해석하는 데 있어 부동산 가격을 고려 대상으로 삼겠다는 의미"라고 선을 그었다.

인수위 내부에서조차 미묘한 시각 차를 보이는 것은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통화정책에서 긴축 기조를 보일 경우 이명박 당선인의 핵심 공약인 '747공약'과 배치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부동산 값을 잡으려고 금리를 올릴 경우 경제살리기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것이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