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기업들이 기업 인수·합병(M&A)시장의 '희생양'에서 '포식자'로 부상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 보도했다.

톰슨파이낸셜에 따르면 지난해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기업들의 외국 기업 M&A 규모는 4330억7000만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2006년(1871억달러)의 두 배 이상 급증했다.

WSJ는 신용(Credit),현금(Cash),통화(Currency) 등 '3C'로 무장한 인도 중국 한국 일본의 기업들이 서방 금융회사와 에너지회사에서 천연자원에 이르기까지 닥치는 대로 집어삼키고 있다고 전했다.

골드만삭스의 존 레벤 아시아 M&A총괄 대표는 "아시아 기업들은 높은 신용도를 바탕으로 자국 은행에서 필요한 자금을 쉽게 구할 수 있는 데다 주가 강세로 현금 조달이 수월하고,달러 약세로 외국 기업 인수시 유리한 환율을 적용받고 있다"고 '3C'를 설명했다.

여기에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촉발된 신용경색 우려가 다른 지역에 비해 아시아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작은 것도 M&A 포식자와 먹잇감의 운명을 뒤바꾼 원인으로 작용했다.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나라는 인도.활황세를 보이는 증시가 기업들의 자금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영국 기업 테틀리와 철강회사 코러스를 인수한 인도 타타그룹은 M&A 대상을 계속 물색 중이고,인도 사상 최대 IPO(기업공개)를 성사시킨 ICICI은행도 글로벌 M&A 무대에 본격 등장했다.중국 기업들도 'M&A 테이블'에서 엄청난 식욕을 과시하고 있다.자산 기준 중국 최대 은행인 공상은행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스탠더드은행 지분 20%를 55억달러에 인수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WSJ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한국 대기업들의 투자를 독려하고 있다며 두산인프라코어의 미국 잉거솔랜드사 밥캣 사업부문 인수와 같은 한국 기업의 외국 기업 M&A를 올해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