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악성 민원'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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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택시기사 L씨는 D보험사 콜센터를 통해 운전자보험에 가입했다.그가 가입한 택시기사용 운전자보험은 입원 일당과 치료비 보상을 하지 않는 상품이다.L씨는 그러나 보험가입 후 고의 사고를 낸뒤 보험사에 찾아와 보험금을 내놓으라며 윽박질렀다.L씨는 "사고 후 회사에서 해고당하고 이혼까지 당했다.치료비와 함께 해직보상금,이혼손해까지 지급하라"며 금감원에 민원까지 제기했지만 기각당했다.
A은행은 최근 고객이 대출채무를 부인하는 바람에 한동안 애를 먹었다.이 고객은 작년 초 아파트 분양 계약과 함께 중도금 대출을 받았다.이후 부동산 경기가 시들해지고 대출금리가 급등하자 고객은 아파트 분양 계약을 해지한 뒤 "중도금 대출을 받은 적이 없다"며 "은행이 생사람 잡는다"고 거세게 항의했다.
최근 들어 금융사들이 '악성 민원'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금융사들이 민원을 줄이기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을 이용,'생떼'를 부리며 보험금을 타내거나 원리금을 제때 갚지 않으려는 뻔뻔한 고객이 늘고 있어서다.이들은 특히 대형 금융사일수록 고객들의 민원에 약하다는 점을 악용해 각종 소비자단체,금융감독원,언론사 등에 고발하는 수법을 쓰고 있다.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중 금감원에 접수된 민원은 4만8676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8.0%(3601건) 증가했다.
작년 9월 30대 여성 K씨는 "보험사가 자신을 보험 사기범으로 몰기 위해 동영상 자료를 조작했다"며 한 방송사에 제보했다.방송사는 취재과정에서 전혀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팔에 마비증세가 온다"는 K씨의 주장과 달리 K씨가 무거운 물건을 들고 다니는 모습이 취재과정에서 확인된 것.취재진은 K씨가 오히려 보험사를 상대로 사기를 쳤다는 결론을 내렸다.보험사 관계자는 "민원을 가장한 보험사기"라고 전했다.
억지주장을 펴는 민원인도 적지 않다.J모씨는 B은행 창구에서 "1000억원의 본인예금을 은행직원이 횡령했다"며 거칠게 항의해 해당점포를 쑥대밭으로 만들기도 했다.지점장은 "이미지와 고객 신뢰도 제고를 위해서는 민원감축이 갈수록 중시되고 있다"며 "민원인이 점포에 찾아와 큰 소리를 칠 경우 얼토당토 않는 내용이라도 지점장이 민원인을 달랠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털어놨다.그는 "벌금형으로 수감 중인 자가 벌금을 내기 위해 대출을 해달라는 탄원성 민원을 내기도 한다"고 전했다.
신용카드사에도 황당한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한도 올려라.내가 그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냐" "체크카드가 해외 호텔과 주유소,렌터카에서 이용 안돼 낭패를 봤다.당장 그에 상응하는 피해보상을 하라" "세금체납과 카드사용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카드 사용할 수 있게 당장 풀어라".
금융계는 얌체 고객들의 악성민원 때문에 정상적인 민원처리 업무가 힘들어져 선량한 민원인까지 피해를 볼 정도라고 지적한다.한 보험사 관계자는 "금융감독 당국이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민원발생 감축을 지나칠 정도로 강조하고 있다"며 "이런 분위기도 악성민원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진모/정인설 기자 jang@hankyung.com
A은행은 최근 고객이 대출채무를 부인하는 바람에 한동안 애를 먹었다.이 고객은 작년 초 아파트 분양 계약과 함께 중도금 대출을 받았다.이후 부동산 경기가 시들해지고 대출금리가 급등하자 고객은 아파트 분양 계약을 해지한 뒤 "중도금 대출을 받은 적이 없다"며 "은행이 생사람 잡는다"고 거세게 항의했다.
최근 들어 금융사들이 '악성 민원'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금융사들이 민원을 줄이기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을 이용,'생떼'를 부리며 보험금을 타내거나 원리금을 제때 갚지 않으려는 뻔뻔한 고객이 늘고 있어서다.이들은 특히 대형 금융사일수록 고객들의 민원에 약하다는 점을 악용해 각종 소비자단체,금융감독원,언론사 등에 고발하는 수법을 쓰고 있다.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중 금감원에 접수된 민원은 4만8676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8.0%(3601건) 증가했다.
작년 9월 30대 여성 K씨는 "보험사가 자신을 보험 사기범으로 몰기 위해 동영상 자료를 조작했다"며 한 방송사에 제보했다.방송사는 취재과정에서 전혀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팔에 마비증세가 온다"는 K씨의 주장과 달리 K씨가 무거운 물건을 들고 다니는 모습이 취재과정에서 확인된 것.취재진은 K씨가 오히려 보험사를 상대로 사기를 쳤다는 결론을 내렸다.보험사 관계자는 "민원을 가장한 보험사기"라고 전했다.
억지주장을 펴는 민원인도 적지 않다.J모씨는 B은행 창구에서 "1000억원의 본인예금을 은행직원이 횡령했다"며 거칠게 항의해 해당점포를 쑥대밭으로 만들기도 했다.지점장은 "이미지와 고객 신뢰도 제고를 위해서는 민원감축이 갈수록 중시되고 있다"며 "민원인이 점포에 찾아와 큰 소리를 칠 경우 얼토당토 않는 내용이라도 지점장이 민원인을 달랠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털어놨다.그는 "벌금형으로 수감 중인 자가 벌금을 내기 위해 대출을 해달라는 탄원성 민원을 내기도 한다"고 전했다.
신용카드사에도 황당한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한도 올려라.내가 그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냐" "체크카드가 해외 호텔과 주유소,렌터카에서 이용 안돼 낭패를 봤다.당장 그에 상응하는 피해보상을 하라" "세금체납과 카드사용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카드 사용할 수 있게 당장 풀어라".
금융계는 얌체 고객들의 악성민원 때문에 정상적인 민원처리 업무가 힘들어져 선량한 민원인까지 피해를 볼 정도라고 지적한다.한 보험사 관계자는 "금융감독 당국이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민원발생 감축을 지나칠 정도로 강조하고 있다"며 "이런 분위기도 악성민원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진모/정인설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