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이 사람의 음성이나 동작을 인식하는 단계를 뛰어넘어 감정을 인식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10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음성과 얼굴 표정,생체 데이터 등을 감지해 휴대폰 사용자의 감정을 읽어내는 기술 개발이 속속 진행되고 있다.

감정인식 기술은 곧바로 휴대폰에 적용할 수 있다.예를 들자면 휴대폰에 장착된 센서가 사용자의 기분 상태를 체크해 우울하다는 신호가 들어오면 휴대폰 바탕화면을 '우울 모드'로 표시하고 전화가 걸려올 때도 통화연결음을 슬픈 음악으로 변경하는 식이다.

뇌파 맥박 체온 등 생체 데이터를 센서로 읽어 사용자의 건강상태를 휴대폰 바탕화면에 표시해 줄 수도 있다.이는 이미 상용화된 음성인식 기술이나 휴대폰을 흔드는 동작을 인식,다양한 음악을 내보내는 기술 등과 비교하면 한 차원 높은 단계다.특히 디지털 가전 및 미래형 주거 환경과도 밀접한 것이어서 휴대폰 업계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휴대폰을 통해 여성의 생리 주기를 확인하는 기술'을 미국에서 특허 출원했다.스피커 주변에 고막 온도를 측정하는 센서를 장착,여성이 전화를 걸 때마다 체온을 측정해 생리 주기를 확인하고 임신이 가능한 날짜와 어려운 날짜 등을 알려주는 기술이다.LG전자도 △생체 데이터를 통해 사용자의 건강 등을 체크,담당 병원 등에 곧바로 통지해 주는 기술 △사용자 얼굴을 통해 감정을 인식해 대응 메시지를 보내는 기술 등 현재까지 국내외에서 20여건의 관련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특허청에 따르면 감정인식 휴대폰 관련 특허 출원은 2003년까지 13건에 불과하던 것이 2004년 이후 2007년 8월까지는 71건에 달했다.특히 이 가운데 대기업이 70%를 차지하는 등 국내 휴대폰 업체 및 이동통신 사업자들의 감정인식 기술 개발이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허 명칭도 이색적이다.'애완견의 감정을 알려주는 이동통신 단말기','사용자의 체온 정보를 이용한 음악 서비스','통화 상대의 호감도를 캐릭터로 표시하는 방법','향기를 발산하는 이동 단말기','억양 조절에 의한 부드러운 소리의 전화기' 등이다.

감정인식 기술은 아직은 신뢰도가 낮은 게 단점이다.통신업계 한 전문가는 "정확한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수많은 데이터가 축적돼야 하는데 아직은 초기단계라서 부정확한 결과를 추출하는 경우가 많다"며 "기술이 상용화되기까진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