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28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재계 총수들이 회동한 직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곧바로 본사에 들러 그룹 경영진을 불러 모았다.

김 회장은 이 자리에서 "경제 살리기에 대한 새 대통령의 의지를 확인했다"며 "우리도 대규모 투자를 통해 글로벌 경영을 구체화시켜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보복폭행 사건 이후 봉사활동을 하며 자숙해온 김 회장이 경영활동을 본격 재개하면서 큰 그림에 대한 의욕을 내비치는 순간이었다.



김 회장의 의욕과 자신감은 한화그룹의 올 사업계획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한화는 올해 매출 및 세전이익 목표를 각각 29조원과 1조2000억원으로 정하고 지난해보다 100% 늘어난 2조원을 투자키로 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계획을 수립했다.10일 김 회장을 비롯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등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2008년 글로벌경영 전략회의'에서다.

김 회장은 이 자리에서 파도가 거칠수록 이를 잘 활용하는 지혜와 도전정신이 필요하다며 '항해론'을 강조했다.

그는 "바다를 건널 때 파도를 헤쳐나가지 못하면 배가 뒤집어지지만 반대로 파도를 이용하면 목적지까지 훨씬 빨리 갈 수 있다"고 말했다.험난한 경영 외적 변수를 잘 극복하면 오히려 글로벌 시장에서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김 회장은 이어 "초일류 기업군 진입을 위해 회사별 특성에 맞는 중.장기 전략 및 세부계획을 수립하고,특히 신규사업 및 해외 진출 전략을 상세히 구성해 실천에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업종별 선도 회사의 제도를 연구해 회사별 특성이 반영된 조직 및 인사 제도를 수립하는 동시에 해외진출과 M&A(인수.합병)에 대비해 인재를 적극 영입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화는 김 회장의 이 같은 자신감에 찬 경영 행보에 맞춰 글로벌 시장을 향한 인재 영입 및 신규 채용 규모부터 대폭 늘리기로 했다.이에 따라 올해 신규 채용(대졸 포함) 계획은 지난해보다 30% 증가한 3000명 이상에 달한다.

아울러 지속적인 해외사업 진출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주요 계열사별로 연내 가시적 성과를 도출하는 것을 경영목표의 최우선 과제로 삼기로 했다.

이에 따라 2조원 규모의 신규 투자 자금은 중동 등 산유국 석유화학플랜트 건설,자원 개발 등 해외사업 확대 및 국내 열병합 발전소 건설 등의 신규사업에 투입할 계획이다.

㈜한화 한화석유화학 한화L&C(옛 한화종합화학) 한화건설 등의 주요 계열사를 중심으로 M&A 및 해외 네트워크 확장에 주력할 방침이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