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갑과 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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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장소 모두 불문이다.전화로 "여기 어딘데" 하면 무작정 달려나간다.술값 계산은 물론 벌어진 사태를 수습하고 집까지 모신다.장인장모 상가에도 득달같이 가서 궂은 일을 도맡는다.부인 생일과 결혼기념일,자녀의 입학.졸업 선물을 챙긴다.휴가지를 물색한 다음 콘도의 냉장고를 채워둔다.
주말에 개인적인 일로 운전을 시켜도 "마침 드라이브하고 싶었다"며 따라나선다.차에서 내릴 때나 탈 때 얼른 문을 열어준다.나이 어린 상대가 말을 놓거나 멋대로 굴어도 싫은 내색은커녕 웃어넘긴다.드러내놓고 표현하지 않아도 뭘 원하는지 눈치껏 알아서 민망하지 않게 전달한다.
영업 담당,그러니까 업무상 '을'인 이들이 털어놓는 '갑' 접대법은 무한하다.억지로 해선 되지도 않거니와 가식이란 기색을 들켜도 끝장이라고 한다.지난 시절 일이라곤 하지만 외국인 바이어를 위해 호텔 프런트에 '누군가'의 신원 보증을 선 뒤 로비에서 기다렸다 방에서 나오면 택시 태워 돌려보내고서야 겨우 귀가했다는 얘기도 있다.
갑을은 계약 용어다.갑은 상품이나 서비스의 구매자(수요자),을은 판매자(제공자)다.원칙대로라면 서로 필요한 사이이니 수평적 관계여야 하지만 현실에선 대부분 갑이 우위인 상하 관계처럼 돼 왔다.그러다 보니 일상생활에서도 처지가 유리하면 갑,불리하면 을이라는 공식이 생겨났다.
직종 또한 평소 입장이나 태도에 따라 갑을로 나뉘는데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갑 중의 갑으로 공무원을 꼽았다고 한다(취업.인사 포털 인크루트).공무원이 대기업 CEO나 정치인,법조인보다 뱃속 편하게 산다고 느낀다는 얘기다.정작 공무원들은 '뭘 모르는,턱 없는 소리'라고 할지 모른다.
실제로 공무원 역시 힘든 일이 허다할 것이다.그러나 갑 한번 돼보는 게 소원인 이땅 수많은 을들이 공무원을 최고의 갑으로 여긴다는 사실은 그냥 넘기기 어렵다.직종에 상관없이 성공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을의 자세를 지닌 것이라고 한다.몸에 배인 친절과 배려,능동적 태도가 그것이다.공무원이라고 예외일 리 없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주말에 개인적인 일로 운전을 시켜도 "마침 드라이브하고 싶었다"며 따라나선다.차에서 내릴 때나 탈 때 얼른 문을 열어준다.나이 어린 상대가 말을 놓거나 멋대로 굴어도 싫은 내색은커녕 웃어넘긴다.드러내놓고 표현하지 않아도 뭘 원하는지 눈치껏 알아서 민망하지 않게 전달한다.
영업 담당,그러니까 업무상 '을'인 이들이 털어놓는 '갑' 접대법은 무한하다.억지로 해선 되지도 않거니와 가식이란 기색을 들켜도 끝장이라고 한다.지난 시절 일이라곤 하지만 외국인 바이어를 위해 호텔 프런트에 '누군가'의 신원 보증을 선 뒤 로비에서 기다렸다 방에서 나오면 택시 태워 돌려보내고서야 겨우 귀가했다는 얘기도 있다.
갑을은 계약 용어다.갑은 상품이나 서비스의 구매자(수요자),을은 판매자(제공자)다.원칙대로라면 서로 필요한 사이이니 수평적 관계여야 하지만 현실에선 대부분 갑이 우위인 상하 관계처럼 돼 왔다.그러다 보니 일상생활에서도 처지가 유리하면 갑,불리하면 을이라는 공식이 생겨났다.
직종 또한 평소 입장이나 태도에 따라 갑을로 나뉘는데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갑 중의 갑으로 공무원을 꼽았다고 한다(취업.인사 포털 인크루트).공무원이 대기업 CEO나 정치인,법조인보다 뱃속 편하게 산다고 느낀다는 얘기다.정작 공무원들은 '뭘 모르는,턱 없는 소리'라고 할지 모른다.
실제로 공무원 역시 힘든 일이 허다할 것이다.그러나 갑 한번 돼보는 게 소원인 이땅 수많은 을들이 공무원을 최고의 갑으로 여긴다는 사실은 그냥 넘기기 어렵다.직종에 상관없이 성공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을의 자세를 지닌 것이라고 한다.몸에 배인 친절과 배려,능동적 태도가 그것이다.공무원이라고 예외일 리 없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