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감세 카드' 빼드나…1인당 500弗 稅환급
미국 경제가 이미 침체(recession)에 빠져들었다는 분석이 늘고 있다.다급해진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다시 감세 정책을 전가의 보도처럼 빼들 전망이다.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오는 30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그렇지만 경기침체를 막기는 힘들 것이란 비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28일로 예정된 새해 국정연설에서 구체적인 경기부양책을 제시할 것이라고 이미 밝혔다.여기에는 1인당 500달러가량의 세금을 환급해 주고 기업들의 투자에 대한 세금을 공제해 주는 방안이 포함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9일 보도했다.부시 행정부의 간판인 감세 정책을 통해 소비를 부추기겠다는 의도다.

이 같은 감세 정책은 1기 부시 행정부가 2001년 경기침체 때 사용했던 방법이다.당시 미국 가정의 3분의 2를 대상으로 300∼600달러의 세금을 환급해 줬었다.또 2002년에는 기업 설비투자비의 30%를 세액에서 공제해 주는 조치를 취했다.세금 환급 및 감세 정책은 소비를 실질적으로 부추긴다는 점에서 금리정책보다 단기 효과가 훨씬 크다.만일 1인당 500달러를 환급할 경우 1500억달러가,가구당 500달러를 환급해도 500억달러가량이 직접 공급돼 소비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부시 행정부는 이와 함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용자에 대한 구제 조치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 행정부가 다시 감세 정책을 빼든 것은 그만큼 상황이 다급하기 때문이다.10일 월지에 따르면 씨티그룹과 메릴린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른 신용경색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중동 및 아시아 국부펀드에서 각각 최대 100억달러와 40억달러의 추가적인 자금 수혈을 받을 계획이다.씨티와 메릴린치는 지난해 이미 아부다비투자청과 테마섹에서 각각 75억달러와 50억달러의 자금을 유치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투자자들에게 보낸 보고서에서 미 경제가 침체로 빠져들고 있다고 분석했다.골드만삭스는 작년 12월 5%인 실업률이 올 연말까지 6.25%로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연간 성장률은 0.8%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현재 연 4.25%에서 3분기까지 2.5%로 1.75%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또 미 에너지부 산하 에너지정보국(EIA)은 작년 4분기 성장률이 연율 기준으로 마이너스 0.1%를 기록했다고 추정,경기침체가 미래형이 아닌 현재진행형임을 시사했다.

부시 '감세 카드' 빼드나…1인당 500弗 稅환급
이처럼 미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우세해지면서 행정부가 강력한 대책을 내놓아도 침체를 막기엔 역부족일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국제통화기금(IMF)의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지낸 라우람 라잔 시카고대 교수는 "올 1,2분기 성장률은 제로 혹은 마이너스를 기록할 전망"이라며 "정부의 대책이 경기침체를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