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헌법재판소 선고에서 눈길을 끄는 의견을 제시한 재판관으로는 김희옥 재판관과 이동흡 조대현 송두환 재판관을 들 수 있다.

김희옥 이동흡 재판관은 △처분적 법률 △3권 분립 위배 △영장주의 위배 등 주요 쟁점에 대해 모두 '위헌' 의견을 낸 반면 송두환 재판관은 모두 '합헌' 의견을 냈다.조대현 재판관은 대부분 조항에 대해 '각하' 의견을 내고 동행명령제에 대해서만 일부 위헌 의견을 냈다.각하는 청구인이 자격이 없거나 청구가 헌법소원의 대상이 아니어서 '자격이 없다'는 뜻으로 판단의 대상으로 삼지 않겠다는 것.내용상으로 송 재판관과 거의 같은 입장을 취한 셈이다.

김희옥 이동흡 재판관과 송두환 조대현 재판관이 각각 정반대의 입장을 취한 것은 개인의 성향이나 추천 기관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김 재판관은 재판관 가운데 유일한 검사 출신으로 법무부 차관을 지냈다.그로서는 '친정'이나 다름없는 법무부가 '위헌' 의견을 낸 데다 'BBK 특검법'이 후배 검사들을 수사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합헌 의견을 내기가 쉽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된다.이동흡 재판관은 한나라당이 추천한 재판관이라는 점에서 그동안 보수적 색채가 강한 것으로 분류됐다.

송 재판관은 재야 변호사 단체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대표를 지내는 등 진보적 성향이 두드러진다는 평가다.그는 2003년 대북송금 의혹사건 특검으로 임명돼 수사를 진행하기도 했다.송 재판관은 자신의 특검 활동 경험을 헌재 평의(評議) 과정에서 간간이 다른 재판관에게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특히 한정된 기간에 수사를 진행해야 하는 특검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인지 다른 8명의 재판관이 위헌이라고 결정한 동행명령제에 대해서도 '합헌' 의견을 냈다.

조 재판관은 그동안 소수의견을 가장 많이 낸 재판관으로 유명하다.법관 시절에도 소수자를 옹호하는 진보적 판결을 많이 내려 보수적인 법조계와 대비되어 왔다.조 재판관은 김종대 재판관과 함께 노무현 대통령의 사법시험 동기 모임인 '8인회' 멤버로 알려져 있다.조 재판관은 이번 선고에서 대부분 조항에 '각하' 의견을 내 다수 의견을 따른 김종대 재판관과도 견해가 갈렸다.

그러나 조 재판관은 송두환 재판관과 달리 동행명령제에 대해 '위헌' 의견을 냈다.동행명령제가 그 자체로는 영장주의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각하해야 하지만 "벌금형을 부과하도록 규정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한다"는 점에서 위헌이라는 견해다.조 재판관은 사실상 이번 선고에서 거의 모든 조항에 '소수 의견'을 낸 셈이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