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다시 '재경부 남대문출장소' 되나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새 정부 출범 이후 한국은행의 위상이 크게 바뀔 처지에 놓였다.
통화정책의 전권을 휘두르고 있는 한국은행에 대해 "정부 정책과 조화를 이룰 필요가 있다"며 문제를 제기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통화정책의 최고의사결정 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를 한은으로부터 떼어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서다.
7명의 금통위원 가운데 한은 쪽에서 3명을 차지하는 금통위 구성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견해를 보이는 인수위원도 많아 중앙은행의 독립성 논란이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
◆왜 떼어내려 하나
금융통화위원회는 지급준비율과 정책금리를 결정하는 한은의 최고의사결정 기구다.한은 조직도를 보면 집행부 위에 금통위가 그려져 있다.그러나 금통위는 사무국 등 별도의 조직을 갖추고 있지 않아 실제로는 한은 집행부의 논리에 포획될 수밖에 없다고 인수위원들은 보고 있다.'손발'이 돼야 할 한은 집행부가 금통위를 사실상 지배하는 '머리'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통위원 7명 가운데 3명을 한은이 차지하는 지배구조도 문제로 지적됐다.한은 총재와 부총재는 당연직이고,한은 총재가 추천하는 인사가 포함된다.한 명만 더 설득하면 과반수를 차지하기 때문에 사실상 한은 총재의 뜻대로 의사결정이 이뤄진다는 것이다.몇 년 전 곽상경 전 금통위원은 "금통위는 한은 총재를 위한 자리"라며 "한은이 미리 만든 회의록을 자구 하나 안 고치고 승인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은 금통위 위상을 조정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에는 올해 물가불안 속에서도 경제성장률을 높여야 하는 새 정부의 고민이 담겨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안정 속 성장'이라는 복수의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재정정책 금융정책 통화정책 등 복수의 정책수단을 적절하게 배합하는 '폴리시 믹스(policy mix)'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인수위는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1997년 말 개정된 한국은행법에 따르면 한은의 설립 목적은 '물가안정 도모'다.통화신용 정책도 "물가안정을 저해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정부의 경제정책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제4조)고 규정해놓았다.
인수위 핵심관계자들은 물가안정에만 주력하도록 규정한 한은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1997년 이전의 한은법에서 '통화가치 안정'과 함께 '경제발전과 국가자원의 유효한 이용의 도모'를 설립 목적으로 뒀던 것을 감안하면 '과거로의 회귀'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한은 "독립성 유지해야" 반발
한은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한 관계자는 "금통위-한은 분리안은 과거 재경부 관료들이 하려고 했던 것과 똑같은 방식"이라며 "결국 관료들이 금통위를 장악해 통화정책을 좌지우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의 한은 체계는 1997년 말 한은법 개정 때 국가적 논의를 거치면서 만들어진 것"이라며 "아무런 문제 없이 잘 돌아가고 있는데 과거 이야기를 다시 꺼내는 소모적 행위"라고 강조했다.
'손발' 조직이 사실상 '머리' 역할을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중앙은행들도 한은과 같거나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지금의 체계로도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충분히 유지되고 있는데 왜 그런 얘기를 꺼내는지 황당하다"고 말했다.
이성태 한은 총재도 이날 금통위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한은의 독립성을 훼손하지 않는게 새 정부의 경제 운용에 좋다"고 말했다.
◆어떤 결론 나올까
인수위 관계자는 "금통위가 머리의 역할을,한은이 손발의 역할을 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결국은 한은에 제 역할을 찾아주는 게 핵심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금통위를 한은에서 완전히 분리시키는 방안을 당장 추진하기는 어렵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정부의 경제정책과 더 조화될 수 있는 방향을 찾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인수위 주변에서는 일단 금통위를 한은 내에 그대로 두되 집행부와 분리된 별도의 사무국을 두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금통위원 선임에서 한은의 영향력을 축소하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다.민간위원 수를 더 추가하거나 아니면 한은 부총재가 당연직 위원이 되는 현재의 구성에 손질을 가한다는 것이다.아니면 금통위 의장 자리와 한은 총재를 분리해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도입하는 정도로 마무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주용석/차기현 기자 hohoboy@hankyung.com
통화정책의 전권을 휘두르고 있는 한국은행에 대해 "정부 정책과 조화를 이룰 필요가 있다"며 문제를 제기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통화정책의 최고의사결정 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를 한은으로부터 떼어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서다.
7명의 금통위원 가운데 한은 쪽에서 3명을 차지하는 금통위 구성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견해를 보이는 인수위원도 많아 중앙은행의 독립성 논란이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
◆왜 떼어내려 하나
금융통화위원회는 지급준비율과 정책금리를 결정하는 한은의 최고의사결정 기구다.한은 조직도를 보면 집행부 위에 금통위가 그려져 있다.그러나 금통위는 사무국 등 별도의 조직을 갖추고 있지 않아 실제로는 한은 집행부의 논리에 포획될 수밖에 없다고 인수위원들은 보고 있다.'손발'이 돼야 할 한은 집행부가 금통위를 사실상 지배하는 '머리'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통위원 7명 가운데 3명을 한은이 차지하는 지배구조도 문제로 지적됐다.한은 총재와 부총재는 당연직이고,한은 총재가 추천하는 인사가 포함된다.한 명만 더 설득하면 과반수를 차지하기 때문에 사실상 한은 총재의 뜻대로 의사결정이 이뤄진다는 것이다.몇 년 전 곽상경 전 금통위원은 "금통위는 한은 총재를 위한 자리"라며 "한은이 미리 만든 회의록을 자구 하나 안 고치고 승인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은 금통위 위상을 조정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에는 올해 물가불안 속에서도 경제성장률을 높여야 하는 새 정부의 고민이 담겨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안정 속 성장'이라는 복수의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재정정책 금융정책 통화정책 등 복수의 정책수단을 적절하게 배합하는 '폴리시 믹스(policy mix)'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인수위는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1997년 말 개정된 한국은행법에 따르면 한은의 설립 목적은 '물가안정 도모'다.통화신용 정책도 "물가안정을 저해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정부의 경제정책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제4조)고 규정해놓았다.
인수위 핵심관계자들은 물가안정에만 주력하도록 규정한 한은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1997년 이전의 한은법에서 '통화가치 안정'과 함께 '경제발전과 국가자원의 유효한 이용의 도모'를 설립 목적으로 뒀던 것을 감안하면 '과거로의 회귀'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한은 "독립성 유지해야" 반발
한은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한 관계자는 "금통위-한은 분리안은 과거 재경부 관료들이 하려고 했던 것과 똑같은 방식"이라며 "결국 관료들이 금통위를 장악해 통화정책을 좌지우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의 한은 체계는 1997년 말 한은법 개정 때 국가적 논의를 거치면서 만들어진 것"이라며 "아무런 문제 없이 잘 돌아가고 있는데 과거 이야기를 다시 꺼내는 소모적 행위"라고 강조했다.
'손발' 조직이 사실상 '머리' 역할을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중앙은행들도 한은과 같거나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지금의 체계로도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충분히 유지되고 있는데 왜 그런 얘기를 꺼내는지 황당하다"고 말했다.
이성태 한은 총재도 이날 금통위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한은의 독립성을 훼손하지 않는게 새 정부의 경제 운용에 좋다"고 말했다.
◆어떤 결론 나올까
인수위 관계자는 "금통위가 머리의 역할을,한은이 손발의 역할을 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결국은 한은에 제 역할을 찾아주는 게 핵심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금통위를 한은에서 완전히 분리시키는 방안을 당장 추진하기는 어렵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정부의 경제정책과 더 조화될 수 있는 방향을 찾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인수위 주변에서는 일단 금통위를 한은 내에 그대로 두되 집행부와 분리된 별도의 사무국을 두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금통위원 선임에서 한은의 영향력을 축소하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다.민간위원 수를 더 추가하거나 아니면 한은 부총재가 당연직 위원이 되는 현재의 구성에 손질을 가한다는 것이다.아니면 금통위 의장 자리와 한은 총재를 분리해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도입하는 정도로 마무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주용석/차기현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