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3.0 이젠 창조적 전환] (3부) ② 부서 칸막이 허문 '별동대'가 닛산 되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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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조직문화의 전환 ② 공유문화를 만들어라
"옛날 방식과 관습을 바꾸기 위해서는 부문과 직무의 벽을 넘어 한 곳에 모이는 것이 절실했다. '크로스펑셔널팀'은 그런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 발상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적어도 학교 교과서에서 읽었을리는 없다."
르노닛산의 카를로스 곤 회장은 그의 자서전 '르네상스'에서 이같이 언급했다. 1999년 1조엔이 넘는 부채와 3년 연속 적자에 시달렸던 닛산자동차를 구조조정하면서 크로스펑셔널팀이라는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 회사를 살려내고 부흥시켰던 일을 회고한 대목이다.
"크로스펑셔널팀은 제품기획에서 개발과 마케팅에 이르는 여러 부서의 사람들이 한 팀이 되어 회사전체 차원에서 문제와 해결책을 발굴하는 조직을 말한다. 이전과 다른 점은 부문별로가 아니라 회사전체 차원에서 문제와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다."
곤 회장은 '크로스펑셔널팀'을 통해 부도직전의 닛산자동차를 1년이라는 최단 기간에 흑자기업으로 되살려 놓았다. '크로스펑셔널'이란 개념은 2006년 '닛산웨이'라는 사규에 행동강령으로 명시됐다. 닛산은 1년에 한 차례 크로스펑셔널에 대한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닛산보다 10년쯤 앞선 1989년. 미국 크라이슬러의 아이아코카 회장은 크로스펑셔널과 비슷한 '플랫폼팀'이라는 개념을 도입,미니밴 닷지바이퍼를 19개월 만에 개발해내 화제를 모았다. 자동차는 5년마다 한 번씩 새로운 모델이 나온다는 당시의 정설을 깬 것.
아이아코카는 플랫폼팀을 만들어 당시 위기에 처한 크라이슬러를 살려냈다. 크라이슬러의 플랫폼팀은 상품기획 구매 설계 등 각 부서에서 필요한 인력을 뽑아서 만든 팀이다. 이 팀은 플랫폼을 기본으로 해서 디자인을 바꿔 새 모델을 내는 방식을 개발했다. 크라이슬러는 그 이후 전륜구동 후륜구동 보디 등 3개 플랫폼팀을 가동하고 있다. 크라이슬러 관계자는 "플랫폼팀은 '닷지 카라반' 등 미니밴 열풍을 일으킨 주역이었다"면서 "1992년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지프형 자동차 그랜드체로키도 플랫폼팀의 역작"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크로스펑셔널팀이 확산되고 있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GM대우 등 국내 자동차업계에는 복합기능팀 또는 플랫폼팀이 일반화되고 있다. 쏘나타의 경우 플랫폼을 기본으로 해서 보디를 바꾼 디자인으로 새 모델을 내고 있다.
자동차뿐 아니라 가전제품에도 크로스펑셔널팀 개념이 도입되고 있다. LG전자는 디자인을 중심으로 제품개발 초기부터 관련 부서가 협업팀을 꾸리는 크로스펑셔널팀을 꾸리고 있다. 기존 기능별 조직편제에서 벗어나 협업시스템을 만든 셈이다.
제조업체가 아닌 통신서비스업체 KT도 지난해 말 그룹전략 CFT라는 크로스펑셔널팀을 만들었다. 계열사 간 협력을 통해 그룹전체의 부가가치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KT 관계자는 "미디어 엔터테인먼트기업으로 변신하면서 부서 간,계열사 간 협력이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크로스펑셔널팀 신설 배경을 설명했다.
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
[용어설명] 크로스펑셔널팀(Cross Functional Team)
프로젝트 중심으로 각 부서 직원을 차출해 한시적으로 구성되는 팀이다. 재무팀 설계팀 시제품 제작팀 등 기존의 기능을 초월해‘프로젝트 또는 제품 단위’로 팀을 꾸리는 것을 말한다.
수직적 경영방식을 타파한다는 뜻에서‘기능횡단팀’또는‘복합기능팀’으로 번역된다. 태스크포스팀(TFT)의 일종으로 볼 수 있지만 부서의 장벽을 뛰어넘어 뛰어난 인재를 고루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된 개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