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환씨는 최근 세무서로부터 은행 빚을 어떻게 갚았는지 소명하라는 통지서를 받았다. 1년여 전에 아버지로부터 아파트를 증여받으면서 은행채무도 같이 물려받은 후 얼마 전에 갚았는데 누가,어떤 돈으로 갚았는지 소명하라는 내용이었다.

요즘도 여전히 이 같은 안내문을 받는 사람들이 많다.보통 자녀들에게 부동산을 증여할 때 은행대출이나 전세보증금을 끼고 이루어진 소위 '부담부 증여'를 받은 이들이다.특히 부모 등이 2주택 또는 3주택 이상을 가졌거나 비사업용 토지를 갖고 있는 경우 종합부동산세나 양도소득세 중과세를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부담부 증여를 활용한 사례가 많았다.

부담부 증여를 받으면 증여가액에서 채무를 뺀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만 증여세를 내면 된다.물론 채무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채무를 넘겼다는 것은 그 채무액만큼은 사실상 돈을 받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채무액에 대해서 증여세를 내는 것보다 양도소득세를 내는 것이 더 저렴하기 때문에 절세 차원에서 부담부증여는 광범위하게 사랑받아 온 것이 사실이다.상속세를 신고할 때도 채무는 상속재산에서 빼주기 때문에 납세자로서는 어떻게든 채무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이런 채무에 대해서 세무서는 증여세 등의 신고내용이 적정한지에 대한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그 채무의 진위를 먼저 판단하고 사실일 경우 채무로 인정을 해 주되 국세청 전산에 일일이 입력해 둔다.이렇게 인정된 채무에 관한 모든 내용은 국세청의 전산시스템을 통해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고 만기상환일이 지나면 실제로 빚을 갚았는지, 갚았다면 어떤 돈으로 갚았는지를 점검한다.

요즘 세무서가 소명요청을 할 때는 본인뿐만 아니라 은행이나 임차인에게까지 소명안내문이 나가고 있다.그에 대한 소명내용이 신빙성이 없을 경우 조사를 받을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부모 등이 빚을 대신 갚아주거나 거짓채무임이 드러나면 원금뿐만 아니라 이자에 대한 증여세를 물고 추가로 무거운 가산세까지 내야 한다.특히 부모가 회삿돈으로 자녀 빚을 갚아준 경우에는 증여세뿐만 아니라 법인세와 소득세 등 관련세금도 추징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국세청은 작년 4월 부모가 대신 빚을 갚아주는 방법으로 증여세를 탈루한 혐의가 있거나 허위로 채무를 넣어 상속세를 탈루한 혐의가 있는 사람들에 대해 대대적인 조사를 했으며,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사후관리와 조사를 하고 있으니 증여나 상속과정에서 생긴 채무는 꼭 본인 자금으로 상환해야 한다.

< 이현회계법인 현상기 세무본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