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산(産) '베라짜노 끼안티 클라시코'(사진)는 뉴욕시와 인연이 깊은 와인이다.뉴욕항을 처음 발견한 이가 바로 베라짜노라는 이탈리아 장군인 것.토스카나의 주요 와인 산지인 키안티에 영지와 함께 포도원을 갖고 있던 지오반니 디 베라짜노(Giovanni di Verrazzano)는 신대륙 탐험에 나서 1524년 뉴욕을 발견했다.
훗날 뉴욕시엔 베라짜노 장군의 모험과 도전 정신을 기린 베라짜노 다리(Verrazzano Narrows Bridge)가 세워졌고,뉴요커들은 매년 열리는 뉴욕 마라톤 대회를 이 다리에서 시작한다.
칠레 와인 중에서 '명품'으로 통하는 '알마비바' 역시 귀족 이름에서 따왔다.프랑스 극작가인 보마셰르의 작품 '피가로의 결혼'에 등장하는 백작 이름이 알마비바다.칠레 와인이 왜 하필 프랑스 희곡에서 이름을 찾았을까.사연은 '알마비바'가 칠레의 대표 와인 양조업체인 콘차이 토로와 프랑스의 와인 명가 바롱 필립 드 로쉴드가 합작해 만든 와인이라는 데서 시작된다.
바롱 필립의 창립자인 필립 드 로쉴드 남작은 젊은 시절 연극 배우로도 정열적으로 활약했고,특히 피가로의 결혼을 좋아했다고 한다.이런 이유에서 로쉴드 가문의 현 주인인 필리핀 드 로쉴드 여사는 칠레에서 자신의 첫 '명품'을 내놓으면서 아버지를 떠올리며 '알마비바'란 이름을 붙였다.
세계적 와인 컨설턴트이자 양조자인 미셸 롤랑의 '작품'으로 유명한 아르헨티나산 '이스카이'는 잉카어로 '둘'이라는 뜻이다.말벡과 메를로 두 품종을 절반씩 블렌딩했다는 의미이자,미셸 롤랑과 다니엘 피에라는 두 명의 세계적인 와인 메이커(미셸 롤랑은 2004년산에만 관여했음)의 손을 거쳤다는 자긍심의 표현이기도 하다.비슷한 방식으로 이름 지은 것 중에 칠레 콘차이 토로사가 최신식 양조 기술로 탄생시킨 '트리오'를 꼽을 수 있다.카베르네 소비뇽,쉬라,카베르네 프랑 등 세 개의 품종을 섞었는데 이 같은 블렌딩은 처음으로 시도하는 도전인지라 와인 이름을 '셋'을 의미하는 '트리오'로 지었다.
샴페인 중에선 '뀌베 써 윈스턴 처칠'이 기억하기에 좋다.영국의 수상 처칠은 늘 폴로저라는 샴페인을 마시곤 했는데 폴로저사는 처칠이 죽자 그와의 인연을 기려 처칠의 이름을 딴 샴페인을 내놨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