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조직문화의 전환 ③ 인재를 확보하라 <끝>

日리켄, 정규 연구원 25%는 전세계 50여개국 출신

중국 시안자오퉁대학 박사과정의 루오실리안씨(28)는 요즘 입이 귀에 걸렸다.

아내를 쏙 빼닮은 예쁜 첫 딸을 얻은 데다 기초과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일본 이화학(理化學)연구소(리켄)에서 공부할 기회가 생겨서다. 도쿄 인근 사이타마현 와코시의 리켄 본부가 그의 새 '연구터'다.

후난성 출신인 루오씨는 지난해 가을 건축환경공학 전공으로 박사과정에 진학했다.

그의 꿈은 중국 각 지역에 묻혀있는 지하 문화재를 찾아내고 보존하는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 그런데 뜻하지 않던 기회가 찾아왔다.

리켄 연구원이면서 시안자오퉁대 객원교수로 와 있던 레이강빈 교수가 그의 연구계획서를 읽어보고 리켄의 IPA(국제프로그램 어소시에이트) 제도를 추천한 것이다. 리켄이 지난해 신설한 IPA 제도는 리켄과 제휴관계를 맺고 있는 국내외 대학원의 박사과정 학생 중에서 성적과 연구주제가 우수한 학생을 선발해 2~3년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리켄에서 공부하는 동안 체재비와 숙박비 생활비 등을 모두 지급해 경제적 어려움없이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리켄이 지원한다. 루오씨를 비롯해 프랑스 태국 인도 등 총 6명의 학생이 처음으로 이 제도의 혜택을 받고 있다.

루오씨는 자신을 추천해준 레이 교수의 지도아래 리켄에서 VCAD(볼륨CAD) 시스템을 연구 중이다. 리켄이 개발한 VCAD는 기존의 CAD나 CAM 등과 달리 입체적 형태의 분석과 디자인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루오씨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실에서 첨단장비로 공부할 수 있게 돼 너무 기쁘다"며 "중국에 있는 친구들이 무척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2003년 특수법인에서 독립행정법인으로 변신한 리켄은 최근 해외교류 프로그램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해외 우수인력과의 적극적인 교류와 협력연구 등을 통해 연구 생산성을 높이려는 의도다. 국책연구소에서 탈피해 자립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연구의 국제화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리켄이 깨달았기 때문이다.

현재 리켄의 정규 연구원은 약 1700명. 이 가운데 420명은 전 세계 50여개 국가에서 건너온 인력이다. 35개 나라의 150개 연구기관과 협력관계도 맺고 있다. 리켄 경영기획부의 나가시마 레이지 조사역은 "리켄이 기초과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결과를 내놓고 있는 것은 일본 국내는 물론 해외의 유수 연구소와 대학들과의 적극적인 교류가 바탕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국적 인력으로 구성된 리켄의 뇌(腦)과학종합연구센터는 두뇌연구 분야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다.

리켄은 최근 일본과 해외의 젊은 과학자 양성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래를 위한 투자인 셈이다. 연구성과가 좋으면 외국인에게도 과감하게 문호를 개방하고 연구자금을 대준다. 프로그램 종류도 다양화해 자신의 조건과 연구수준에 맞게 지원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그 결과가 어차피 리켄을 위한 것이고,궁극적으로는 일본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루오씨가 혜택을 입고 있는 IPA 제도는 앞으로 100명까지 대상을 넓힐 계획이다. 지난해 신설한 FPR(외국인포스트닥터연구자) 제도는 외국 국적의 박사학위 취득자 가운데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선발,리켄에서 박사 후 연구과정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20명의 박사들이 선발돼 리켄에서 급여와 연구자금을 지원받고 있다. 올해는 선발인원이 50명으로 확대된다.

선발된 연구원에게 별도의 연구실을 맡기는 IRU(독립주간연구유닛) 리더 프로그램도 최근 신설된 제도다. IRU는 대학교수급의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한 고급 프로그램이다. 자신의 이름을 붙인 연구과제를 리켄의 지원을 받으며 수행한다. 올해부터는 대상자를 해외로 넓혔다.

리켄은 올해 한국에도 연구진을 파견한다. 나가시마 조사역은 "올해 7월이면 한양대와 공동으로 추진 중인 퓨전테크놀로지센터가 한양대 캠퍼스에 완공된다"며 "리켄의 나노분야 연구팀이 한양대에 상주하며 공동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와코(일본)=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