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년이 시작되면서 한국영화가 무더기로 개봉되고 있다.'기다리다 미쳐' '무방비 도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 차례로 개봉했고,'뜨거운 것이 좋아' '어린 왕자' '라디오 데이즈' '더 게임'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원스 어폰 어 타임' '마지막 선물' '6년째 연애 중' 등이 2월 초까지 매주 개봉한다.한 달 사이에 무려 11편의 한국영화가 쏟아지는 셈이다.

그러다보니 각 영화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들은 자신의 영화를 홍보하기 위해 신문 인터뷰를 하고,TV 프로그램에 등장하고 있다.사람들은 '뭐 자신의 영화 흥행 때문에 하는 거지'라고 할 수 있고,실제로도 그렇지만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든 가운데 최선을 다해 각종 인터뷰를 하거나 TV 프로그램 녹화를 했을 배우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런 가운데 요즘 TV 쇼프로그램에 잘 보이지 않던 문소리도 눈에 띈다.처음 영화를 했던,그러니까 '박하사탕'에 출연했던 신인 시절 문소리의 모습이 떠오른다.당시 새해를 맞아 여자 신인배우들을 모아서 인터뷰를 했었다. 의상 컨셉트가 흰색 와이셔츠였는데,말 그대로 신인이었던 문소리는 코디가 없어서 자신의 와이셔츠를 전날 빨아서 입고 왔다고 말했다.인터뷰할 때의 모습은 지금처럼 당차기보단 아주 다소곳한 모습이었다.

'박하사탕'의 포스터 중에는 하얀 치마 위에 남자 손과 여자 손이 겹쳐져 있는 것이 있다.이창동 감독이 문소리의 손이 예쁘다고 해서 실제 문소리의 손이 모델이 됐는데,신인 시절의 다소곳한 모습과 이 포스터의 손은 참 잘 어울린다.그러던 그녀가 5년 후에 '효자동 이발사'로 인터뷰를 할 땐 트레이닝복을 입고 아주 편안한 모습으로 인터뷰 장소에 나타나기도 했다.개인적으론 스스럼없이 할 말 다하는 현재의 문소리가 더 좋다.

영화에서 맡은 캐릭터의 이미지 때문에 약간의 오해를 사는 배우도 있다.'연애소설' '클래식' 등에서 여리고 병에 걸린 역할을 많이 했던 손예진의 실제 성격은 장난꾸러기 소녀 같다.평상 시에 무척 자주 웃고,농담도 많이 하는 편이다.

평상 시의 밝은 모습 때문에 영화 속에서 내숭을 많이 떤다는 오해도 샀지만 꾸밈없는 성격을 지닌 똑똑한 배우다.손예진과 함께 또래 배우 중 투톱을 이끌고 있는 임수정은 톰보이 같은 독특한 웃음소리로 함께 있는 사람들을 즐겁게 만든다.가벼운 농담에도 '으허허허'하면서 웃는 모습은 10대 고등학생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웃음소리하면 빠지지 않는 배우가 전도연이다.여러 개그맨들이 그의 성대모사를 하지만 콧등에 주름이 잡히며 약간의 콧소리로 웃는 전도연의 아름다움을 어찌 따라가겠는가.그리고 신인시절이나 지금이나 항상 친절하게 사람을 대하는 것도 전도연의 장점이다.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배우로 빼놓을 수 없는 김혜수는 헐렁한 면티셔츠를 입고 있어도 당당하고 섹시하다.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고 있을 때도 항상 당당한 포즈(?)를 취하곤 하는데,그래서 남자 기자들이 김혜수 앞에만 가면 말을 더듬나 보다. 꽃을 보고 있어도 즐거워지는데,하물며 연기 잘하는 아름다운 여배우와 함께 있는데 어찌 행복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원 영화칼럼니스트ㆍ무비위크 취재팀장 latehop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