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미국 경제의 침체를 막기 위해 다시 한번 금리를 인하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내비쳤다.조지 부시 대통령도 경기 부양(浮揚) 의지를 이미 밝힌 만큼 미국의 경제정책 기조는 인플레 억제 우선에서 경기회생 우선으로 완전히 방향을 틀었다고 봐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시장에서는 FRB가 이달 말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포인트 끌어내릴 것이란 관측까지 나돌고 있다.소폭적 금리인하로는 경기하강 추세를 되돌리기 힘들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촉발된 미국의 경제 상황 악화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뜻에 다름아니다.

미국의 움직임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 것은 우리 처지 또한 크게 다를 게 없는 까닭이다.세계경제 여건 악화의 여파가 미치면서 물가는 치솟고 금융시장마저 불안한 모습이다.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유가 곡물을 비롯한 국제원자재 가격 앙등의 영향으로 전년 같은 달 대비 3.6%나 올라 3년2개월 만의 최고 상승률을 나타냈고 시중금리도 가파른 오름세다.새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동산 가격도 들먹거리고 있다.이대로 가다가는 서민경제가 곤궁에 빠질 것은 자명(自明)한 이치다.

정부가 어제 경제 관련 부처 장관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긴급 경제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물가안정대책반을 운영키로 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서민경제의 안정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이에는 현 정부와 새 정부가 따로일 수 없다.정부와 대통령직 인수위는 한마음이 돼 실효성 있는 서민경제 안정 방안을 적극 강구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