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인 < 중앙대 교수·경영학 >

문자를 아는 사람이 귀했던 과거엔 유식한 사람을 일컬어 '식자(識字)'라 했다.이는 '아는 것이 많은 사람'이라는 뜻이 아니라 '글이나 글자를 안다'는 의미다.문맹이 당연했던 시대에는 글자를 아는 것만으로도 지식인이 되고,고급 정보를 소유하고,상류층이 될 수 있었다.

현대 사회에서는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정보를 쉽고 빠르게 얻을 수 있다.인터넷의 등장이 가져온 가장 큰 변화다.이러한 현대 사회에서 가지고 있는 정보와 지식의 양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이제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라 '정보의 바다'에 떠다니고 있는 수많은 정보와 지식을 얼마나 잘 연관시켜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진 것이다.이것이 바로 '정보의 컨버전스'이다.

컨버전스(convergence)의 사전적 의미는 '한 곳으로 통합하는' 것을 의미하지만,최근 불고 있는 컨버전스풍(風)은 단순한 통합을 의미하지는 않는다.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디지털 컨버전스'를 예로 들면 프린터와 스캐너,복사기가 결합된 복합기나 신용카드에 교통카드,디지털 카메라에 MP3플레이어 기능까지 갖춘 휴대폰 등을 꼽을 수 있다.

정보의 컨버전스는 가장 보수적이라고 할 수 있는 정부 기관의 문까지 열게 하고 있다.과학기술혁신본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국가과학기술 종합정보 서비스(NTIS·National Science and Technology Information Service)가 바로 그것이다.이달 중 시범 서비스를 앞두고 있는 NTIS는 범(汎)부처 국가 연구개발(R&D) 정보를 통합해 공동 활용하는 지식포털 사이트다.그동안 각 부처에서 개별 관리되고 있던 국가 R&D 정보를 표준화를 통해 공유하고,나아가 더 나은 정보를 창출할 수 있는 통로로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게 될 것이다.

소유만 하고 있는 정보는 막힌 웅덩이 속에 고인 물처럼 그 안에서 썩어 버릴 수밖에 없다.커다란 바다로 그 정보들을 흐르게 하고,그 속에서 정보가 자유롭게 유영할 수 있을 때 깨끗하고 투명한 환경이 만들어지고 한 단계 더 나은 정보의 컨버전스가 가능해질 것이다.

이제 정보의 '소유'가 아니라 정보 '공유'의 시대,'식자(識字)'의 시대가 아닌 '활정보(活情報)'의 시대다.그 변화의 시대에 정부도 발맞출 때다.NTIS가 이런 서비스 마인드로 성공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