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한 하루였다.

초반 강세를 보이던 코스피 지수는 외부 악재에 수급경색이 겹치면서 한달 반만에 1800선 아래로 내려앉았다. 이날 장 중 변동폭은 무려 71포인트에 달했다.

11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42.51P(2.33%) 하락한 1782.27포인트를 기록했다.

美 증시가 이틀째 반등 흐름을 이어갔다는 소식에 국내 증시도 큰 폭으로 상승하며 거래를 시작했다.

뉴욕 증시는 전날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의 추가 금리인하 시사 발언 등을 배경으로 3대 지수가 모두 1% 가량 상승했다.

오전 한때 1847포인트까지 1% 넘게 치솟았던 코스피는 점차 뒷걸음질쳐 결국 약세권으로 밀려났고, 오후 들어서는 美 투자은행 메릴린치의 서브프라임 관련 손실이 예상보다 클 것이란 소식 등이 전해지며 수직 강하했다.

외국인이 7일째 매도 우위를 이어가고,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지면서 지수는 1772포인트를 기록했던 지난해 11월23일 이후 처음으로 1700포인트대로 떨어졌다. 이날 지수 저점은 1776.26포인트였다.

개인은 2558억원 매수 우위를 보였지만,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316억원과 1865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프로그램은 차익과 비차익 모두 '팔자'로 2910억원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전업종이 하락한 가운데 증권과 운수창고, 유통, 건설 등의 낙폭이 특히 컸다.

삼성전자는 보합을 기록했지만, POSCO현대중공업, 한국전력, 국민은행, 신한지주, SK텔레콤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너나 할것 없이 모두 하락했다.

다만 KT&G만이 1% 남짓 상승하며 선방했고, 하이닉스도 외국계 창구로 매수세가 유입되며 상대적 강세를 시현했다.

급락장 속에서도 우선주들의 고공 행진이 이어졌고, 대통령 인수위의 하이브리드차 허용 소식에 삼화전기, 삼화전자, 삼화콘덴서, 성문전자 등 관련주들이 줄줄이 치솟으며 두각을 나타냈다.

반면 대우조선해양은 외국계 창구로 대규모 매도세가 출회되며 9% 가량 하락하는 부진을 기록했고, 고려아연도 이틀 연속 급락세를 이어갔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하락 종목 수가 592개로 상승 종목 수 222개를 압도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1800선이 붕괴된데다 다음주 미국 금융 기관들의 실적 발표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당분간 시장이 고전을 면하기 힘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미국 금융 기관들의 손실폭이 늘어날 경우 체계적 위험 요인이 확대되면서 증시에 하락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저가매수세가 살아있는데다, 국내 기업들의 실적 호조 등이 대외 악재의 부정적 효과를 반감시켜주면서 다음주 후반쯤엔 반등을 시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