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개막전 부진에 세계랭킹 9위의 자존심이 상했는가.최경주(38ㆍ나이키골프)가 '분노의 샷'을 날렸다.최경주는 11일(한국시간) 하와이주 호놀룰루 와이알레이CC(파70ㆍ길이 7068야드)에서 열린 미국PGA투어 시즌 두 번째 대회 소니오픈 1라운드에서 6언더파 64타를 치며 단독 1위로 나섰다.

최경주는 보기 없이 버디 6개를 잡는 완벽한 플레이로 143명의 선수들을 압도했다.지난주 메르세데스-벤츠챔피언십에서 공동 28위에 머물렀던 최경주는 이로써 시즌 첫승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최경주는 지난해 이 대회 1라운드에서도 6언더파를 친 끝에 공동 4위를 차지했다. 최경주가 대회 첫날 선두에 나선 것은 통산 세 차례 있었는데 그 중 두 번을 우승으로 연결했다.

최경주는 지난주의 부진을 완전히 극복하는 모습이었다.'노 보기'에서 보듯 워터해저드나 로스트 등 페널티는 단 1타도 없었으며 2개의 파5홀에서 모두 버디로 홀아웃했다.선두 부상의 결정적 계기는 퍼트.이날 총 25개(랭킹 공동 3위),그린을 적중한 홀에서 홀당 평균 1.583개(공동 6위)의 흠잡을데 없는 퍼트를 보여줬다.최경주는 "지난주와 달리 리듬이 완전히 살아났다"며 "무엇보다 보기를 안 한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날 버디가 총 5개밖에 나오지 않은 1번홀(파4)을 버디로 장식한 최경주는 전반에만 3타를 줄인 뒤 10번홀에서 1.5m 버디퍼트를 넣으며 상승세를 이어갔다.12,13번홀(이상 파4)에서는 볼을 벙커에 빠뜨렸으나 샌드 세이브 100%의 '고감도' 벙커샷으로 타수를 잃지 않고 위기에서 벗어났다.15번홀 버디로 공동선두가 된 최경주는 18번홀(파5)에서 두 번째 샷을 그린 왼쪽 벙커에 빠뜨렸지만,세 번째 샷을 홀 옆 1m지점에 떨궈 버디를 잡아내 단독 선두로 첫날 경기를 마쳤다.

최경주의 우승가도는 그러나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선두와 2타 이내에 있는 선수만 12명이다.그 가운데 개막전 우승자 다니엘 초프라(스웨덴)가 눈에 띈다.초프라 역시 보기 없이 버디만 4개 잡고 4언더파를 쳐 공동 5위에 자리잡았다.초프라는 이날 18개홀에서 모두 정규타수로 볼을 그린에 올린,그린적중률 100%의 컴퓨터샷을 선보였다.나상욱(24ㆍ코브라골프)은 3언더파로 공동 14위를 달렸고,양용은(36ㆍ테일러메이드)은 1언더파의 공동 53위로 미PGA투어 정식 데뷔전을 치렀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