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을 기준으로 하면 '당선자'가 옳다.'대통령 당선인'보다 헌법에 규정된 표현을 써달라."(10일 헌법재판소 김복기 대변인)

"헌법재판소가 헌법적 용어로 본다면 당선자가 맞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내부 논의를 거친 결과 인수위법에 있는 '당선인'을 계속 사용하기로 했다."(11일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

이명박 당선자라고 부를지,이명박 당선인이라고 부를지를 놓고 적잖은 논란이 일고 있다.헌법대로 하자는 원칙론과 인수위법대로 하자는 상황론,뭐라고 부른들 어떠냐는 실용론 등 의견이 분분하다.심지어 불특정 다수를 뜻하는 '인(人)'보다 확정된 개인을 의미하는 '자(者)'를 사용하는 것이 맞다는 언어학자까지 가세한 상황이다.

기자들도 헷갈리긴 마찬가지다.관행에 따라 줄곧 써온 당선자라는 표현을 인수위 측의 요구로 며칠전부터 당선인으로 바꿔쓰기가 쉽지 않다.이것도 잠시,기자들은 10일 헌법재판소의 요청에 따라 당선자로 다시 선회했고 11일에는 인수위 대변인의 재요구로 당선인으로 되돌아갔다.20일 뒤 당선자로 또 고쳐야 할지 모른다.한나라당이 헌법재판소에 낸 '이명박 특검법'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청구사건 선고(이달 말) 때 헌재가 그렇게 요구할 것이 뻔해서다.인수위가 당선인으로 부른다 해도 헌법대로 하자는 헌재 앞에서는 이른바 '헛방'이 되고 말 것이다.

호칭이 헷갈리게 된 것은 2003년 국회 탓이다.노무현 대통령이 선출된 16대 대선 직후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인수위법)'을 만들 때 국회의원들이 다른 용어를 쓴 탓이다.헌법 제67조는 "대통령은 국민의 보통ㆍ평등ㆍ직접ㆍ비밀 선거에 의하여 선출(제1항)하며…다수표를 얻은 자를 '당선자'로 한다(제2항)"고 규정하고 있다.제68조에서도 '당선자' 또는 '대통령 당선자'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하지만 인수위법 제2조는 "대통령 당선인이라 함은…"이라며 다른 호칭을 사용하고 있다.

당선자와 당선인.의미는 크게 다르지 않다.하지만 헌법이 당선자로 규정하고 있으면 따르는 게 도리라는 생각이다."그 놈의 헌법…" 발언으로 무시당한 헌법을 '당선자'만이라도 존중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고기완 사회부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