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된 부통령 후보,반군과의 사랑으로 출산,그리고 6년 만에 귀환.'

10일(현지시간) 석방된 클라라 로하스 전 콜롬비아 부통령 후보(44)의 기구한 인생 역정이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이날 좌익 게릴라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에 의해 납치됐던 로하스가 또 다른 인질 한 명(콘술로 곤살레스 전 의원)과 함께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중재로 석방돼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인근 마이케티아 국제공항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2002년 콜롬비아 대선의 소용돌이 속에서 납치된 지 6년 만의 귀환이다.

그의 인생 유전은 지난 40년간 계속된 좌익 게릴라들과의 전쟁으로 얼룩진 콜롬비아 현대사의 축소판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로하스는 2002년 2월23일 당시 잉그리드 베탕쿠르 대통령 후보와 함께 유세 중 산 빈센테 델 가구안 지역으로 이동하다 FARC 게릴라들에 의해 납치됐다.FARC는 며칠 뒤 베탕쿠르 대통령 후보만 억류하고 로하스는 풀어주겠다고 제의했지만 그는 베탕쿠르와 함께 있겠다며 석방 제의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하스는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서 정치인 가정의 5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대학에서 세법을 가르치는 평범한 여성이었다.하지만 1991년 외무부 근무 중 같이 일하던 정치 명문가의 딸 베탕쿠르를 만나면서 격랑 속으로 뛰어들었다.베탕쿠르는 부패한 정치를 바꾸겠다며 '푸른 산소당'을 만들어 2002년 대선에 뛰어들었고 로하스를 러닝메이트로 지명했다.

두 여성은 내전의 와중에 고통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을 돕겠다는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반군이 활동하던 산 빈센테 델 가구안으로 유세를 갔다가 납치를 당하는 비극을 맞았다.

피랍 후 로하스가 다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것은 2006년.현지 언론인이 책을 통해 인질로 잡혀 있는 로하스가 한 게릴라 간부와 사랑에 빠져 엠마누엘이란 아들을 낳았다는 사실을 공개한 것이다.

'정글 소년' 엠마누엘은 콜롬비아 현대사의 비극을 대변하는 상징으로 떠올랐다.엠마누엘은 생후 몇 개월 만에 어머니와 헤어진 뒤 FARC의 주장과는 달리 2005년부터 보고타의 한 어린이보호시설에 수용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또다시 콜롬비아 국민들을 놀라게 했다.FARC가 엠마누엘에 대해 '반쪽은 반군'이라고 지칭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아이를 석방하라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들끓었다.

이날 로하스가 우여곡절 끝에 석방됨에 따라 기구한 사연 속에 맺어진 모자는 조만간 상봉할 예정이다.이들 모자의 상봉이 콜롬비아 내전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해줄지 주목된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