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애끓는 사모곡(思母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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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갓집에 시집 와서 평생 집안 제사를 챙기느라 고생만 하셨는데…."
재벌가 상갓집에 애절한 사모곡이 울려퍼져 사람들의 마음을 적시고 있다.지난 10일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부인인 고(故) 하정임 여사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고인의 둘째 아들이자 구본무 LG 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59)이 밤 11시께 잠시 바람을 쐬러 장례식장 앞에 나왔다.빈소를 지키느라 초췌한 얼굴로 나타난 구 회장은 '어머님 얘기를 좀 들려달라'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자 금세 눈시울이 붉어졌다.
"편찮으시더라도 더 오래 사셨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말문을 연 구 회장은 "어머니는 19세에 시집을 오셔 64년간 집안 제사를 도맡아 하면서 고생만 하셨다"고 울먹였다."얼마 전까지도 곳간 열쇠를 며느리에게 넘겨주지 않으려고 하셨는데…"라고 말한 뒤에는 생전의 모친을 떠올리는 게 힘들었던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목이 메인 듯 가끔 하늘을 쳐다보기도 했다.
골프와 관련된 고인의 일화도 들려줬다.구 회장은 "어머님께 즐거움이라고는 74세가 넘으셔서 처음 배운 골프였다"며 "하지만 집안살림을 맡느라 시간을 낼 짬이 없어 재작년 추석 때 집안 제사에서 손을 뗀 후에야 골프를 본격적으로 치셨다"고 소개했다.
"파(Par) 하나를 하면 기분이 좋으셔서 주변에 밥을 다 돌릴 정도였지.당시 어머님은 '애야,나도 운동이 되는구나'라며 즐거워하셨다"고 회고했다.구 회장은 그러나 "골프를 넉 달 정도 치시다가 곧바로 작년 1월 발병했다.그리고 나서 1년간 편찮다 돌아가셨다"고 전할 때는 다시 침통해했다.이어 "1년을 치고 넉 달을 고생하셨더라면 더 좋았을텐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구 회장은 '4형제 중 누가 가장 많이 속을 썩였느냐'는 질문에는 "큰형(구본무 회장) 동생들(구본준 LG상사 부회장,구본식 희성전자 사장)은 잘했는데,내가 제일 못한 것 같다"며 못다한 효도를 안타까워했다.그러면서 그는 "남들은 호상(好喪)이라고 하지만 호상이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습니다.역시 살아계시는 게 좋았을텐데…"라며 애절한 사모곡(思母曲)을 끝맺음했다.
한편 LG가(家)는 고 하정임 여사의 영결식을 따로 치르지 않고 12일 오전 가족과 그룹사 임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조촐하게 발인키로 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
재벌가 상갓집에 애절한 사모곡이 울려퍼져 사람들의 마음을 적시고 있다.지난 10일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부인인 고(故) 하정임 여사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고인의 둘째 아들이자 구본무 LG 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59)이 밤 11시께 잠시 바람을 쐬러 장례식장 앞에 나왔다.빈소를 지키느라 초췌한 얼굴로 나타난 구 회장은 '어머님 얘기를 좀 들려달라'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자 금세 눈시울이 붉어졌다.
"편찮으시더라도 더 오래 사셨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말문을 연 구 회장은 "어머니는 19세에 시집을 오셔 64년간 집안 제사를 도맡아 하면서 고생만 하셨다"고 울먹였다."얼마 전까지도 곳간 열쇠를 며느리에게 넘겨주지 않으려고 하셨는데…"라고 말한 뒤에는 생전의 모친을 떠올리는 게 힘들었던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목이 메인 듯 가끔 하늘을 쳐다보기도 했다.
골프와 관련된 고인의 일화도 들려줬다.구 회장은 "어머님께 즐거움이라고는 74세가 넘으셔서 처음 배운 골프였다"며 "하지만 집안살림을 맡느라 시간을 낼 짬이 없어 재작년 추석 때 집안 제사에서 손을 뗀 후에야 골프를 본격적으로 치셨다"고 소개했다.
"파(Par) 하나를 하면 기분이 좋으셔서 주변에 밥을 다 돌릴 정도였지.당시 어머님은 '애야,나도 운동이 되는구나'라며 즐거워하셨다"고 회고했다.구 회장은 그러나 "골프를 넉 달 정도 치시다가 곧바로 작년 1월 발병했다.그리고 나서 1년간 편찮다 돌아가셨다"고 전할 때는 다시 침통해했다.이어 "1년을 치고 넉 달을 고생하셨더라면 더 좋았을텐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구 회장은 '4형제 중 누가 가장 많이 속을 썩였느냐'는 질문에는 "큰형(구본무 회장) 동생들(구본준 LG상사 부회장,구본식 희성전자 사장)은 잘했는데,내가 제일 못한 것 같다"며 못다한 효도를 안타까워했다.그러면서 그는 "남들은 호상(好喪)이라고 하지만 호상이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습니다.역시 살아계시는 게 좋았을텐데…"라며 애절한 사모곡(思母曲)을 끝맺음했다.
한편 LG가(家)는 고 하정임 여사의 영결식을 따로 치르지 않고 12일 오전 가족과 그룹사 임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조촐하게 발인키로 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