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메릴린치 쇼크'로 1800선 아래로 밀려나며 추가 조정 우려감이 고조되고 있다.

11일 코스피지수는 미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으로 1850선에 근접했으나 메릴린치의 150억달러 상각소식으로 급락세로 돌아섰다.기관투자가마저 시장 참여가 제한적인 가운데 프로그램 매물(2962억원) 후폭풍이 더해져 낙폭을 키웠다.전문가들은 내주 미 금융주의 실적발표를 비롯해 미ㆍ중 경기지표에 따라 변동성 높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기술적으로는 1740선이 1차 지지선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그러나 이는 악재를 확인해 가는 과정으로 이달 말 미 금리인하 후에는 시장이 변화를 모색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시아 증시 동반 하락 이끈 '메릴린치 쇼크'


이날 급락은 해외 악재에서 비롯됐다.뉴욕타임스는 메릴린치의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손실 규모가 예상치인 120억달러를 크게 웃도는 15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보도했다.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벤 버냉키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금리인하 시사 발언을 빼곤 호재가 없었다.이번주(3~9일) 한국관련 펀드에서는 15억1200억달러가 빠져나가 외국인의 순매수 전환 가능성을 낮췄다.그동안 국내 경제에 대해 긍정적 전망으로 일관했던 UBS마저 올 한국 경제성장률이 4.1%에 머물 것이라며 찬물을 끼얹었다.

내주 나올 주요 변수들은 기관투자가의 적극적인 시장참여를 망설이게 만들었다.민상일 한화증권 연구위원은 "서브프라임 충격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미 금융주들의 실적 발표가 내주 본격화된다"고 말했다.또 12월 미 생산자물가지수(15일)에 이어 12월 미 소비자물가지수(16일) 12월 미 경기선행지수, 12월 중국 소비자물가(18일) 등이 잇따라 발표될 예정이다.

◆바닥을 확인하는 과정 이어진다

이정호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새로운 악재가 나온 것보다는 기존 악재의 연장선"이라며 "뚜렷한 매수주체가 없어 낙폭이 커졌다"고 분석했다.바닥을 찾아가는 과정이며 추가 낙폭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그는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 규모를 확인하고 미 금리인하가 이어지면 한ㆍ미 증시 모두 안정을 찾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곽중보 하나대투증권 연구위원도 "당분간 변동성이 커질 수 있지만 국내 증시는 밸류에이션상 절대 저가 영역으로 접어들었다"며 저가매수를 권했다.기술적분석가인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120일선마저 우하향으로 꺽여 경기둔화에 대한 압박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라며 "1차 지지선으로 1740선을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조익재 CJ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보다 보수적인 대응을 권했다.그는 "1분기 저점을 1700선까지 예상하고 있다"며 "국내 경제 영향력이 커진 중국 경기선행지수가 2분기에나 반등할 것으로 보여 국내 증시는 빨라야 3월에나 바닥을 찍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