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11일 "중국을 비롯한 해외에서 한국으로 유(U)턴하는 기업들이 국내에 들어와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을 세우겠다"고 밝혔다.이 당선인은 또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등 5년간 기업들을 열심히 뒷바라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당선인은 이날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전국상공회의소 회장단 신년 인사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유턴하는 기업들을 위해 땅값과 인건비 문제 등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또 "투기를 막으면서도 거래를 활발하게 할 수 있는 게 가장 좋은 부동산 정책"이라며 "과거보다 세련되게 하려고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당선인은 전국 상의 회장단을 구성하고 있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서울과 지방 소재 기업인들 400여명과 격식을 따지지 않고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이날도 이 당선인은 자신은 '친기업적'이라고 강조했다.

이 당선인은 "많은 사람들이 저를 보고 너무 친기업적이라고 한다"며 "맞다,친기업적이다.아니라고 말하지 않는다"고 했다.그는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잘되고,소상공인조차도 경기가 좋아지면 그게 나라가 잘되는 것 아니냐"고 설명했다.

이 당선인은 '한번 해보자'는 긍정적인 사고를 가져달라는 주문도 했다.그는 "원유 유출사건이 발생한 태안지역에 100만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몰려왔다"며 "노사 분쟁이 심한 기업의 노동자들이 자원봉사하는 사람처럼 자세를 바꾸면 그 기업이 10% 정도 성장하는 게 뭐 어렵겠느냐"고 반문했다.특히 "고유가다,환율이다 이유만 댄다면 될 것이 없지 않나.어려운 여건 아래서도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길 바란다"고 역설해 참석자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간담회에서는 여러 차례 폭소도 터져나왔다.이 당선인은 관광적자 개선 대책에 대해 얘기하면서 "일본에서 한국으로 골프치러 오는 사람보다 한국에서 일본으로 골프치러 가는 사람이 더 많다"고 지적하고 "그러나 일본 가는 사람을 못가게 막거나 세무사찰을 할 수는 없지 않나"고 말해 좌중에서 폭소가 쏟아졌다.그는 "옛날에도 골프장의 자동차 번호까지 단속하는 야만적인 시대를 살았지만 그렇다고 골프를 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차도 바꿔 타고,이름도 빌려 골프 치지 않았나"고 말해 또 한번 웃음이 터져나왔다.

이 당선인의 격의없는 대화에 고무된 전국 상의 회장들과 기업인들은 그동안 가슴에 묻어두었던 불만과 건의 사항 등을 거침없이 전달했다.

이인중 대구상의회장은 "10만호에 가까운 미분양주택으로 인해 지방경제가 위기에 처했다"며 "지방에 한해 양도소득세 중과와 부동산 전매 제한 등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이인원 롯데그룹 정책본부 사장은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교육과 의료 시장을 개방하고 서비스업에 대한 토지이용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건의했다.김정치 인천상의 회장은 "경제자유구역법을 일반법이 아닌 특별법으로 바꾸고 지원을 늘려 달라"고 요청했다.오수종 중국한국상회 회장은 "해외 진출기업들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경우 토지나 세제 등에서 배려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막판에는 뒷자리에 앉아 있던 박수복 대륙금속 대표(부산상의 부회장)가 진행자의 제지를 뿌리치고 "이 말씀만은 꼭 드리라는 부탁을 받고 왔다"면서 발언대로 돌진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그는 "은행들이 일 잘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에 금리를 1%씩 올리고 원금을 갚으라는 독촉까지 한다"면서 대책을 호소했다.

이 당선인이 기업인들의 건의내용에 일일이 답변하면서 당초 1시간으로 잡혔던 행사 진행시간이 40분가량 지연됐다.이 당선인은 부동산과 서비스산업 대책을 서둘러 강구하고,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하는 외국기업에 메리트도 주겠다고 답변했다.해외에서 국내로 되돌아오는 기업을 위한 대책을 세우고,은행이 금융업체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도 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