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현대맨'이자 현대그룹의 '간판 CEO(최고경영자)'인 노정익 현대상선 사장(사진)이 11일 사임했다.

노 사장은 이날 사내 메일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사임의 뜻을 밝혔다.노 사장은 "1977년 현대건설에 입사한 이래 30년 동안 앞만 보고 달려왔던 것 같다"며 "30년 현대인의 생활을 뒤로 하고 제2의 인생을 위해 지난 삶을 되돌아보고 재충전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고 말했다.

노 사장은 이미 지난해 말 현정은 그룹 회장에게 사의를 표명했으며,현대그룹은 빠르면 14일 이사회를 열고 신임 사장을 내정할 계획이다.

노 사장이 임기 만료(2009년 3월)를 1년여 앞둔 상황에서 물러난 것에 대해선 해석이 엇갈린다.현대그룹은 "현대상선 경영이 안정된 점을 감안해 순수한 의도에서 용퇴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재계 일각에서는 "현대건설 M&A(인수ㆍ합병) 등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물러났다는 점에서 현 회장과 의견 충돌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실제 지난해 말 김지완 현대증권 사장이 임기를 1년여 앞두고 조기 퇴진한 이유도 현 회장과의 '코드 불일치' 때문이었다는 해석도 나왔었다.

이런 점을 감안,재계 일각에서는 노 사장의 후임이 현대상선 내부 인력보다는 외부 인력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현 회장의 '친정 체제'를 한층 강화하는 동시에 현대상선을 중심으로 그룹을 재정비하기 위해선 단순한 '해운 전문가'보다는 전반적인 경영능력을 검증받은 '전략형 참모'가 절실하다는 이유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상선이 그룹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감안하면 현대그룹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역량이 있는 CEO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해운업무는 시스템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만큼 해운 전문가가 반드시 현대상선의 키를 쥐어야 할 필요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2002년 9월부터 5년여간 현대상선을 이끈 노 사장은 퇴임을 앞두고 임직원들에게 "취미인 색소폰을 마음껏 불면서 충분하게 쉴 계획"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