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커져가는 '펀드런'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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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현(尹暢賢) < 서울시립대 교수·경영학 >
은행에 예금을 한 예금자들은 은행을 믿고 돈을 맡긴다.하지만 은행 대출에 대형부실이 발생하거나 자금운용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 은행이 위험해진다는 소문만 퍼져도 은행 예금자들은 한꺼번에 예금을 인출하기 위해 은행에 몰리게 되고 은행은 문을 닫는다.은행의 파산을 의미하는 단어가 '뱅크런'(bank run)인데 이 단어가 곧 은행으로 뛰어간다는 의미와 동일하다는 것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최근 '펀드런'(fund run)이라는 단어가 서서히 인구에 회자(膾炙)되고 있다.서브프라임 사태가 불거지기 시작한 이후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이 말은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이 일시에 몰려들어 펀드의 해지를 요구하게 되고 이처럼 중도해지하는 고객을 위해 펀드들이 보유자산을 일시에 매각하면서 금융시장이 흔들리게 되는 현상을 지칭하는 단어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펀드자본주의가 일반화되면서 펀드런의 위험은 사실상 예고돼 온 셈이다.특히 지난 여름 서브프라임사태 때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도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일종의 펀드런 현상과 연결돼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헤지펀드 가입자들이 펀드가입을 해지하게 되면 펀드매니저는 고객에게 돌려주어야 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산을 매각하는데 이때 수익을 내고 있는 자산을 매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당시 국내주식은 연초 대비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었고 이 때문에 우리나라 주식이 집중 매도 대상이 되어 잘 나가던 주식시장이 된서리를 맞게 된 것이다.
이렇게 보면 지금 우리나라 펀드시장은 매우 취약한 상태다.갑자기 덩치가 커졌는데 아직 어른이 되지는 못한 상황인 것이다.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쏠림현상이 심각하다는 것이다.첫째 예금을 떠난 돈이 펀드 자체로 한꺼번에 몰리고 있다.국내 펀드설정 잔액은 작년 12월 300조원을 넘었는데 1년간 증가액이 65조원 정도였다.이 때문에 예금 부족 현상까지 생겼다.둘째 주식형으로의 쏠림이 심각했다.2007년 주식형펀드로의 순유입액은 65조원이 조금 넘었다(참고로 2006년 말 주식형 수탁고 전체 규모가 47조원이었다).셋째 해외펀드로의 쏠림도 심각하다.2007년도 설정 증가액 중 국내주식형 증가액은 25조원,해외주식형의 증가액은 40조원이었다.넷째 운용패턴이 단기로 집중되고 있는데 투자자들의 펀드 평균보유기간이 1년이 채 안 된다는 분석 결과도 제시돼 있다.다섯째 특정 미래에셋으로의 쏠림이 엄청나다.작년 12월 기준 운용사별 수탁고 1위는 그 규모가 47조원 정도로 2위에 비해 두 배가 넘는다.
이와 같은 급격한 양적 성장은 운용능력이나 수익률에 있어서 상당한 노하우가 축적되고 국내 자산운용시장이 상당 부분 성숙돼 가는 과정에서 나타난 것이라서 긍정적인 것이 사실이지만 문제는 이러한 급격한 상승이 펀드런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별로 큰 이슈가 되지는 않았지만 일본펀드의 경우 2006년 말 5000억원 수준이던 수탁고가 2007년 6월 말 약 3조2000억원으로 급증하더니 수익률이 나빠지자 1조원대로 급락한바 있다.물론 투자자들이 중국펀드의 엄청난 수익률 때문에 초조해진 결과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화끈한(?) 움직임은 부정적인 쇼크가 왔을 때 펀드런이 발생할 가능성이 꽤 높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제 펀드시장은 양만이 아니라 질적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투자자의 성향과 투자적합성을 고려해 제대로 펀드 판매를 할 필요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무분별하게 가입을 유도해 유입된 자금은 수익률이 안 좋으면 즉시 빠져나가면서 펀드런의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장기간 진득하게 투자를 하는 투자자의 자금이 유입되고 다양한 대상과 다양한 기관에 분산돼 운용될 때 펀드런의 가능성은 최소화되고 진정한 펀드자본주의의 발전이 이뤄질 것이다.
/바른금융재정포럼 이사장
은행에 예금을 한 예금자들은 은행을 믿고 돈을 맡긴다.하지만 은행 대출에 대형부실이 발생하거나 자금운용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 은행이 위험해진다는 소문만 퍼져도 은행 예금자들은 한꺼번에 예금을 인출하기 위해 은행에 몰리게 되고 은행은 문을 닫는다.은행의 파산을 의미하는 단어가 '뱅크런'(bank run)인데 이 단어가 곧 은행으로 뛰어간다는 의미와 동일하다는 것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최근 '펀드런'(fund run)이라는 단어가 서서히 인구에 회자(膾炙)되고 있다.서브프라임 사태가 불거지기 시작한 이후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이 말은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이 일시에 몰려들어 펀드의 해지를 요구하게 되고 이처럼 중도해지하는 고객을 위해 펀드들이 보유자산을 일시에 매각하면서 금융시장이 흔들리게 되는 현상을 지칭하는 단어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펀드자본주의가 일반화되면서 펀드런의 위험은 사실상 예고돼 온 셈이다.특히 지난 여름 서브프라임사태 때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도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일종의 펀드런 현상과 연결돼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헤지펀드 가입자들이 펀드가입을 해지하게 되면 펀드매니저는 고객에게 돌려주어야 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산을 매각하는데 이때 수익을 내고 있는 자산을 매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당시 국내주식은 연초 대비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었고 이 때문에 우리나라 주식이 집중 매도 대상이 되어 잘 나가던 주식시장이 된서리를 맞게 된 것이다.
이렇게 보면 지금 우리나라 펀드시장은 매우 취약한 상태다.갑자기 덩치가 커졌는데 아직 어른이 되지는 못한 상황인 것이다.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쏠림현상이 심각하다는 것이다.첫째 예금을 떠난 돈이 펀드 자체로 한꺼번에 몰리고 있다.국내 펀드설정 잔액은 작년 12월 300조원을 넘었는데 1년간 증가액이 65조원 정도였다.이 때문에 예금 부족 현상까지 생겼다.둘째 주식형으로의 쏠림이 심각했다.2007년 주식형펀드로의 순유입액은 65조원이 조금 넘었다(참고로 2006년 말 주식형 수탁고 전체 규모가 47조원이었다).셋째 해외펀드로의 쏠림도 심각하다.2007년도 설정 증가액 중 국내주식형 증가액은 25조원,해외주식형의 증가액은 40조원이었다.넷째 운용패턴이 단기로 집중되고 있는데 투자자들의 펀드 평균보유기간이 1년이 채 안 된다는 분석 결과도 제시돼 있다.다섯째 특정 미래에셋으로의 쏠림이 엄청나다.작년 12월 기준 운용사별 수탁고 1위는 그 규모가 47조원 정도로 2위에 비해 두 배가 넘는다.
이와 같은 급격한 양적 성장은 운용능력이나 수익률에 있어서 상당한 노하우가 축적되고 국내 자산운용시장이 상당 부분 성숙돼 가는 과정에서 나타난 것이라서 긍정적인 것이 사실이지만 문제는 이러한 급격한 상승이 펀드런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별로 큰 이슈가 되지는 않았지만 일본펀드의 경우 2006년 말 5000억원 수준이던 수탁고가 2007년 6월 말 약 3조2000억원으로 급증하더니 수익률이 나빠지자 1조원대로 급락한바 있다.물론 투자자들이 중국펀드의 엄청난 수익률 때문에 초조해진 결과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화끈한(?) 움직임은 부정적인 쇼크가 왔을 때 펀드런이 발생할 가능성이 꽤 높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제 펀드시장은 양만이 아니라 질적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투자자의 성향과 투자적합성을 고려해 제대로 펀드 판매를 할 필요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무분별하게 가입을 유도해 유입된 자금은 수익률이 안 좋으면 즉시 빠져나가면서 펀드런의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장기간 진득하게 투자를 하는 투자자의 자금이 유입되고 다양한 대상과 다양한 기관에 분산돼 운용될 때 펀드런의 가능성은 최소화되고 진정한 펀드자본주의의 발전이 이뤄질 것이다.
/바른금융재정포럼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