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금융자산만 30억 이상 보유한 강남 부유층을 대상으로 강의한 적이 있었다.새 정부 출범 이후 주가와 부동산값 상승에 대한 이들의 기대는 의외로 높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성장을 우선하다 보면 경기는 살아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특히 효율성이 높은 경제주체들이 마음대로 뛰어놀 수 있는 방향으로 경제정책이 추진된다면 지난 10년 동안 홀대를 받았던 대기업과 강남과 같은 지역일수록 상대적으로 더 큰 혜택을 보지 않겠느냐는 시각에서다.

하지만 모든 정책에는 시차가 있다.이론적으로 정책이 입안돼 확정되기까지 내부(행정)시차와 확정된 정책이 추진돼 효과를 보기까지 외부(집행)시차로 구분된다. 이른바 정책수명을 대체로 2년 정도로 본다. 다시 말해 아무리 좋은 정책도 의도했던 효과를 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뜻이다.

또 외부시차도 초기에는 상황이 더 나빠지는 'J' 커브 효과가 나타난다. 대표적으로 무역수지를 개선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환율을 끌어올리더라도 초기에는 무역수지가 더 악화되다가 일정한 기간이 경과한 뒤에나 개선된다. 환율정책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정책에는 'J' 커브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욱이 지난 10년 동안 이념과 분배가 강조되는 과정에서 싫든 좋든 간에 그에 맞게 경제주체들의 가치관과 경제시스템이 굳어졌다. 이 상황에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새 정부가 아무리 좋은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한다 하더라도 초기단계에는 정체성 혼란 등으로 부작용이 심하게 나타나 경기와 주가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현 노무현 정부가 겪고 있는 증세와 비슷한 영국병을 치유하려던 대처리즘이 대표적인 예다. 1979년에 집권한 대처 총리는 대대적인 공공부문 축소와 규제완화,성장 우선의 획기적인 정책을 추진했지만 초기 2년 동안은 오히려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등 부작용을 심하게 치렀다. 작년 하반기 이후 계속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대책에도 불구,미국 주가가 하락하고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도 'J' 커브 효과의 또 다른 예다.

이 때문에 새 정부 출범 초기에 경제주체들이 과도하게 기대하는 것은 좋지 않다. 만약 새 정부가 이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지금처럼 성장잠재력이 약화된 상태에서 무리하게 경기부양책을 추진할 경우 물가 앙등과 같은 부작용이 심하게 나타나 체감경기와 투자심리가 더 위축되는 우(愚)를 범할 가능성이 높다.

다행히 올 하반기 이후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대책 효과가 나타나면서 미국경제가 장기추세선인 3%대로 복귀하고 달러 가치도 회복될 것으로 주요 예측기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 경우 달러 가치와 강한 대체관계를 보이고 있는 유가 등이 안정돼 증시의 또 다른 복병인 인플레 압력이 누그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때쯤이면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일부 속효성 정책을 중심으로 가시적인 성과도 기대해 볼 수 있는 시점이다.

결국 대내외 증시로 본다면 올 1분기나 2분기가 가장 어려운 시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시기를 잘 견디고 가격이 떨어진 주식을 중심으로 꾸준히 매입하다 보면 올 하반기 이후 언젠가는 세 가지 호재가 겹치는 '트리플 크라운' 증시가 연출되면서 의외로 큰 수익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객원 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