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 위축 우려로 투자심리가 잔뜩 얼어붙은 가운데 지난 금요일 뉴욕 증시마저 급락세로 마감되면서 국내 증시의 추가 조정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더구나 최근 글로벌 증시 조정의 가장 큰 원인인 미국 경기에 대해 전문가들조차 전망이 엇갈리는 상황이어서 투자자들의 불안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이러다간 경기가 본격 침체 국면으로 치달아 증시의 대세하락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두려움도 나오는 상황이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시장 붕괴를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데 입장을 같이하고 있다.지금보다 더 어려운 국면이 진행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장기 상승 추세를 무너뜨릴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주가 최대 고비

최근 증시를 짓누르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와 이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는 이번 주에 피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물가지수(15,16일) 주택경기지수(17일) 등 주요 경기지표와 함께 씨티그룹(15일) JP모건체이스(16일) 메릴린치와 워싱턴뮤추얼(17일) 등 주요 금융회사들의 작년 4분기 실적이 줄줄이 발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김영익 하나대투증권 부사장은 "대부분 좋지 않은 결과가 예상된다"며 "증시 추가 조정 가능성이 커 올 들어 가장 어려운 시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대다수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가 1700선 초반까지도 내려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추세를 훼손할 정도냐에 대해선 "아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함춘승 씨티글로벌마켓증권 한국대표는 "지난 주말 뉴욕시장에서 금융주에 이어 소비주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경기 침체 현실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월가에서는 길어야 향후 2분기 동안 경기 위축기를 거쳐 하반기부터는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의견이 강하다"고 전했다.그는 "최근 악재에도 뉴욕시장이 고점 대비 10% 정도밖에 조정받지 않았다는 점은 이 같은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라고 풀이했다.

윤세욱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주를 고비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문제의 실체도 거의 드러날 것으로 본다"며 "미국도 기업들의 펀더멘털이 좋고 미국을 제외한 세계경제 성장률은 4%대로 여전히 양호한 만큼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미국 경기 둔화는 단순한 신용 경색 차원이라기보다는 과소비에 따른 후유증"이라며 "이미 경기 침체는 금리 인하로 반전을 기대하긴 어려운 국면까지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1800선 밑에선 매수가 바람직

국내 증시만 놓고 본다면 1800선 밑에선 가격 메리트가 충분한 만큼 매수가 유리하다는 의견이 강하다.

김영일 한화투신 주식운용본부장은 "글로벌 경기 위축 우려와 무관하게 국내 기업들의 실적은 여전히 탄탄하고 주가도 많이 싸졌다"며 "1800선 밑에서는 저평가된 종목 위주로 '매수'가 바람직하며 1700선이 깨진다면 '적극 매수'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관론을 견지하고 있는 김 센터장 역시 "아직은 관망하는 게 낫지만 1710선까지 조정받으면 국내 주식의 경우 장기 기대수익률이 매력적이게 되는 만큼 편하게 주식을 사도 된다"고 말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이번 주 최악의 시기를 거치면 시장이 다소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예상했다.김 부사장은 "당장 강한 반등이 나타나기보다는 1분기까지는 지루한 박스권이 이어질 것"이라며 "2분기 이후 반등에 대비해 상반기에는 이익 모멘텀이 아직 유효하고 주가가 상대적으로 많이 빠진 중국 관련주가 유망해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지금처럼 어려운 장에서는 이익 안정성이 높거나 주가 밸류에이션이 낮은 종목 위주로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유했다.다만 반도체 및 정보기술(IT)주는 하반기까지 기다리라고 조언했다.

정종태/서정환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