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현판식을 갖고 공식 출범한 삼성특검팀이 '포퓰리즘적인 수사 방식' 때문에 출발부터 논란에 휩싸였다.삼성 비자금 의혹과 관련한 시민들의 제보를 받겠다며 네이버에 이어 다음에도 인터넷 카페를 개설한 것.이들 카페는 수사 관련 제보보다는 무분별한 '안티 삼성' 글로 도배돼 기업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키고 있고 동시에 삼성특검 수사가 포퓰리즘적으로 흐를 소지마저 다분하다는 지적이 법조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이는 "기업 수사는 외과 수술하듯 정밀하게 해 달라"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측의 주문과도 동떨어진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삼성특검팀(특별검사 조준웅)은 지난 9일 '삼성비자금 특별검사'라는 이름으로 인터넷포털 네이버에 카페를 개설한 데 이어 13일 다음에도 유사한 카페를 오픈했다.특검팀이 수사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카페를 개설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삼성특검의 수사 대상은 △삼성에버랜드와 서울통신기술의 전환사채 발행,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e삼성 회사지분 거래 등 4건의 고소·고발 사건 △삼성의 불법 비자금 조성 경위와 2002년 대선 자금 및 최고 권력층에 대한 로비 의혹으로 압축할 수 있다. '떡값 검사'도 수사 대상에 포함됐다.

그러나 이날 현재 이 카페에는 삼성과 관련된 검증되지 않은 의혹과 비난성 글들이 쇄도하면서 네티즌들 사이에 이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한창이다.'환인'을 아이디로 쓴 한 네티즌은 '리움미술관에 숨겨 둔 문화재들 수백 점도 찾아 주세요'란 글을 남겼고 '삼성 광고 좀 길거리에서 안 봤으면 한다''삼성 일가에 태안의 오염된 해수 다 마시게 해야 한다'는 등 수사와 관계 없는 비난성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이에 대해 아이디 'teppen1'인 네티즌은 "(특검이) 의도하시지 않았겠지만 이 카페 분위기가 삼성 안티 사이트 같네요.마녀 사냥 같은 거죠"라며 카페가 삼성에 대한 무분별한 비난의 장이 되는 것을 꼬집었다.

검찰 주변에서도 "익명성을 보장한 인터넷 제보 접수가 효율적인 수사 단서 수집에 도움을 줄 수도 있지만 반대로 근거 없는 의혹 제기나 추측에 불과한 글들만 무성하게 올라와 수사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들이 나왔다.또 삼성 사건과 관련해 기존 의혹을 해소하는 데도 시간이 충분치 않은데 인터넷으로 추가 제보까지 받겠다는 것은 '의욕 과잉'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논란이 일자 특검팀은 일단 카페 개설 목적을 '제보'에서 '수사 사항에 대한 안내'와 '홍보'로 수정했다.조준웅 특검은 인터넷 카페의 운영 목적에 대해 "제보를 받기 위해 만든 것은 아니며 '안내'를 위해 만들었다"면서 "특검팀이 어떤 활동을 하는지 알리기 위해 개설한 카페인 만큼 '제보'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아 고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이에 따라 이 카페에 만들어진 '제보란'을 없애는 대신 '참여란'을 신설했고 '삼성 비자금 의혹 관련 제보를 받습니다'라고 쓰인 첫 공지사항은 '문의나 의견을 받습니다'라는 표현으로 바뀌었다.

한편 이날 한 인터넷매체가 김용철 변호사가 제출했다는 '삼성그룹 비자금 관리-조성 임원 명단'을 보도해 논란이 일고 있다.이 명단에는 이건희 회장과 이학수 부회장을 비롯해 김인주 전략기획실 사장과 최광해 전략기획실 부사장 등 삼성 그룹 핵심 인사 68명이 거론돼 있다.김 변호사는 이날 특검 수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자신이 지난 12월 검찰에 제출한 명단이라고 확인했다.

오진우 기자 doc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