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시절을 겪기도 하면서 24년간 한복만 바라보며 외길 인생을 달려왔습니다.이제는 한복을 통해 받았던 관심과 사랑을 어려운 이웃에게 다시 전하려고 합니다."

지난 10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는 한복 연구가 박술녀씨(52)의 '2008년 고객,명사 그리고 박술녀 한복 사랑나눔 패션쇼'가 펼쳐졌다.박씨가 10여년 전부터 그려왔던 무대가 실현되는 순간이었다.700여명의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전통을 현대로 풀어낸 파티복''가족 나들이''궁의 성연'을 테마로 120여벌의 한복이 무대를 화려하게 수놓았다.박씨는 패션쇼에 앞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인 '사랑의 열매'에 500만원의 기부금을 전달하는 훈훈한 시간을 마련했다.

한복 패션쇼는 상대적으로 대중성이 적어 다른 패션쇼만큼 흔하게 볼 수 있는 무대는 아니다.박씨의 경우도 지난해 한복 인생 23년을 기념해 성대한 무대를 선보인 이후 두번째 여는 것.하지만 이번 패션쇼는 여느 때보다 의미가 달랐다.우리 전통의상인 한복의 외향에서 드러나는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사랑 나눔'이라는 미덕의 정신까지 보여준 '한복 패션쇼의 완성작'이었기 때문이다.

박씨에게는 '한복 전도사'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닌다.엄지와 검지손가락의 지문이 닳아 없어질 정도로 24년째 바늘을 놓지 않고 한복을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든 그의 한복이 있을 정도로 연예인을 통해 한복의 대중화에 앞장서 왔다.

방송인ㆍ연예인들이 입고 나오는 한복의 80% 이상이 다 그의 옷이다.배용준ㆍ이승연ㆍ김희선ㆍ비 등 수많은 톱스타들이 입은 한복 수만 해도 수백벌이 넘을 정도다.그는 "연예인들이 한밤중에 전화해 당장 내일 오전에 입을 한복이 없다고 해도 밤을 새워 만들어줄 정도로 한복 알리는 일이라면 밤낮을 가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