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데스크톱PC 디자인은 천편일률적이었다.백색가전이 온통 붉은 색으로 물들고 보라색 자동차가 출시되는 컬러 혁명이 일어나지만 데스크톱PC는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고집스레 블랙,실버,화이트 계열만 따랐다.하지만 최근 신제품들을 보면 다양한 색상과 패턴,고광택(하이그로시) 처리뿐 아니라 여성들을 겨냥해 예쁘게 장식한 제품까지 나오고 있다.데스크톱PC에서도 디자인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디자인 혁명을 넘어 예술PC로

기존에도 슬림한 PC들은 존재했지만 발열이나 부품 호환성 문제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즉 슬림한 PC는 모양만 예뻤지 열이 많이 발생하거나 부품이 한 단계 낮은 급을 쓰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중앙처리장치(CPU) 등 부품 자체의 발열이 크게 줄어들었고 소형 메인보드의 성능이 향상됐다.PC 내부 온도를 낮추는 각종 옵션까지 발달함에 따라 슬림 및 미니 사이즈의 PC가 직장인이나 디자인에 민감한 여성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작년 말부터 올 1월에 출시된 대기업 데스크톱 제품들을 보면 이러한 변화는 더욱 뚜렷하다.예술PC를 표방한 LG전자의 '피카소'시리즈는 파격적으로 레드 색상을 채용, 전면에 조각칼로 가공한 듯한 '3D 입체 패턴'을 넣어 인테리어용으로도 손색이 없다.8.9㎝ 두께에 인텔 코어2듀오를 탑재한 2008년형 신제품의 경우 96만9000원(인터넷 가격 비교 사이트 다나와 최저가)이면 구입할 수 있다.

TG삼보컴퓨터의 '루온 크리스탈'은 '뮤직PC'라는 별칭에 맞게 오디오를 닮은 외관이 인상적이다.고광택 블랙으로 마감된 세련된 디자인은 '작은 피아노'를 연상시키며 거실에 잘 어울린다.

◆조립PC도 달라진다

조립PC라고 하면 '멋없이 크고 둔중한 PC'라는 이미지가 강하다.일반적으로 조립PC 이용자들은 디자인보다는 성능이나 가격 합리성에 중점을 두기 때문이다.하지만 현재 PC케이스 시장 또한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다.

GMC에서 내놓은 '토스트'는 CD트레이가 위로 올라오는 독특한 방식과 라임그린,스카이블루 등 다양한 색상으로 인기가 높다.고휘도 발광다이오드(LED)가 장착돼 있어 은은한 조명효과까지 가미됐다.아예 '여성전용'을 내세운 제품도 있다.유렉스의 '얼루어(Allure)'는 펄처리된 흰 바탕에 꽃문양,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을 장식해 여성스러운 느낌을 잘 살리고 있다.

조립컴퓨터 전문 사이트인 바로PC(www.baropc.com) 관계자는"소비자가 CPU나 그래픽카드,LCD 모니터 등 중요한 부품은 물론 케이스까지 색상 등을 지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다른 업계 관계자도 "PC제조사들이 생활가전을 중심으로 전개해오던 컬러마케팅을 데스크톱에 적용할 예정이어서 올해에는 PC의 컬러혁명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