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단기대외채무(계약 기간 1년 미만)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단기외채는 2004년 12월 말 564억달러에서 2007년 9월 말 1461억달러로 897억달러(159%) 늘어났다.

장기외채 중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외채와 단기외채를 더한 유동외채도 같은 기간 769억달러에서 1840억달러로 1071억달러(139%) 증가했다.

이에 따라 단기외채비율(단기외채/외환보유액)과 유동외채비율(유동외채/외환보유액)도 각각 28.3%에서 56.7%,38.6%에서 71.5%로 높아졌다.

단기외채가 이처럼 최근에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외거래에는 달러화(정확한 표현은 유로화 및 엔화 등을 포함한 외화이지만 설명의 편의상 달러화로 대신)가 필요하다.

달러화에 대한 수요는 △경상수지가 적자를 보일 경우 △내국인이 해외에 직접 투자할 경우 △내국인이 해외 증권(주식 또는 채권)에 투자할 경우 △내국인이 외환 관련 파생상품을 거래할 경우에 일어난다.

반면 달러화의 공급은 △경상수지가 흑자를 보일 경우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직접 투자할 경우 △외국인이 우리나라 증권에 투자할 경우에 발생한다.

달러화에 대해 초과 수요가 발생하면 환율이 변해(원화 약세) 초과 수요가 해소될 수도 있지만 해외에서 달러화가 차입돼 환율의 변화 없이 초과 수요가 해소될 수도 있다.

최근 원화 강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단기외채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에서 달러화에 대한 초과 수요가 상당 부분 해외 단기차입을 통해 충당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왜 달러화의 공급이 수요에 비해 부족할까.

이는 그동안 경상수지 흑자가 균형 수준으로 감소한 가운데 증권투자수지 및 직접투자수지가 적자로 전환되고 적자폭도 확대됐기 때문이다.

경상수지 흑자는 2004년 282억달러에 달했으나 △2005년 150억달러 △2006년 61억달러 △2007년 1~9월 중 27억달러로 줄었다.

여행수지 등 서비스수지 적자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투자수지도 2004년 86억달러 흑자였으나 해외 펀드 열풍에 따른 내국인의 해외 증권 투자 급증과 외국인 주식 투자 감소로 인해 2006년 226억달러,2007년 1~9월 중 197억달러의 적자가 발생했다.

직접투자수지도 외국인의 직접 투자 감소와 내국인의 해외 직접 투자 증가로 2004년 46억달러 흑자에서 2006년 35억달러의 적자로 전환됐고 2007년 1~9월 중 63억달러의 적자를 보였다.

따라서 2007년 나머지 기간 동안 경상수지,증권투자수지 및 직접투자수지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는다고 가정하더라도 달러화 공급은 2004년 대비 650억달러나 감소한 것으로 계산된다.

달러화의 공급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원화가 약세를 보이지 않고 단기외채만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달러화가 글로벌 약세인 점이 가장 큰 원인이겠지만 호황을 누리고 있는 조선·중공업체와 해외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가 각각 선박 건조 기간 및 해외 증권 투자 기간 동안의 환위험을 줄이기 위해 대규모로 선물환(일정 기간 이후 미리 정해진 환율로 달러화를 매매하기로 한 계약)을 외국환 은행에 매도하고 이 과정에서 외국환 은행이 이에 상응하는 규모의 달러화를 해외로부터 차입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국내 은행과 외은 지점의 단기외채는 2004년 이후 각각 299억달러,504억달러나 증가했다.

특히 외은 지점의 단기외채 확대가 두드러지는데 같은 기간 동안 증가한 단기외채(897억 달러)의 56%에 달한다.

만일 조선·중공업체나 자산운용사가 대규모로 선물환을 매도하지 않았다면 환율은 지금보다는 상승(원화 절하)했을 것이다.

이상을 종합해 볼 때 단기외채의 급속한 증가는 거시적 측면에서는 경상수지 흑자 감소와 외국인의 주식 매각 등 달러화 공급이 축소되고 내국인의 해외 증권 투자 등 달러화 수요가 확대되는 여건 변화에 기인한다.

동시에 미시적 측면에선 조선업체 등의 선물환 매도로 환율이 조정받지 못해 나타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최근에 증가한 단기외채는 상환에는 큰 문제가 없어보인다.

선물환 반대 매매(선물환 계약 만료)시 달러화가 해외로부터 공급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외환위기 당시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

외환위기 당시에는 오랜 기간 동안 큰 폭의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됐고 이에 따라 부족한 달러화를 단기외채를 통해 충당했다.

따라서 신용카드사가 카드 사용 한도를 줄이거나 카드빚을 연장해주지 않으면 문제가 되듯이 해외 금융기관들이 채권 회수에 나서면서 외환위기가 발생했다.

지금은 이와 달리 조선업체들의 경우는 선박 건조 이후 들어올 달러화가 단기외채 형식으로 미리 들어오고 자산운용사의 경우 예금이나 적금을 깨지 않고 돈을 빌려서 투자한 것과 유사한 성격을 갖는다.

최근의 단기외채 증가는 달러화 공급과 수요 측면에서 외채 증가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007년 9월 말 총외채(4063억달러) 대비 단기외채(1840억달러) 비중이 42.3%로 주요 선진국(영국 76.9%,일본 59.4%,미국 43.3%,독일 35.5%)과 비교해 높은 편이 아닌데다,자본유출입 규모가 크고 대외자산과 부채가 함께 증가하기 때문에 외채 상환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큰 걱정거리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단기외채의 급속한 증가는 원화의 절상 압력으로 작용하게 되고 수출기업의 채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데다 금융 및 외환시장에서 일시적으로 불안감을 확산시킬 수 있기 때문에 금융기관 등의 외화 차입 동향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윤성훈 <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 차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