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패스트푸드 체인 KFC는 1987년 중국에 1호점을 낸 이후 급성장하며 중국 시장을 거침 없이 확장해 나갔다.중국에서 패스트푸드점이 폭발적으로 성장하자 중국 신야그룹도 1991년 상하이에서 '룽화지' 패스트푸드점을 내고 KFC와 맞불 경쟁을 했다.룽화지는 중국인의 입에 맞는 맛과 KFC보다 싼 가격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2년간 누적 매출액이 1500만위안에 달했다.

북쪽으로는 헤이룽장성,남쪽으로는 장시성에 이르기까지 붉은 바탕에 흰 글씨로 쓰인 룽화지 간판이 내걸리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룽화지는 중국의 대표 패스트푸드점으로 빠른 성장 가도를 달렸다. "KFC가 가는 곳이면 룽화지도 간다"며 KFC를 압박했다.

하지만 2000년 베이징 매장이 문을 닫으면서 룽화지는 KFC에 패배하고 말았다.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KFC는 전 세계 어느 매장을 가도 원료 입고부터 조리,판매,돌발상황 대처 등 모든 것을 표준화 규격화했다.사소한 일부터 혁신 활동을 통해 경영의 효율성을 높였다.

반면 룽화지는 그렇지 못했다.음식을 계량화보다는 조리사의 감에 따라 만들었다.닭의 통일된 기준도 없었다.실제 KFC는 육질이 가장 좋은 부화한 지 7주가 된 닭을 사용했지만 룽화지는 이런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당연 맛이 일정하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심지어 손님이 있는 매장에서 직원들이 파리채로 파리를 잡는가 하면 음식물 뚜껑을 덮지도 않고 진열대에 진열하는 등 서비스 마인드도 찾아볼 수 없었다.이 같은 총체적인 문제로 룽화지는 짧은 시간 한때의 영광을 누렸지만 결국 시장에서 밀려나고 만 것이다.

혁신 활동을 하지 않는 기업들은 결국 룽화지처럼 시장에서 도태되고 만다.기술 경영 마케팅 등 모든 분야에서 혁신 활동이 이뤄져야 한다.룽화지는 소위 '뜬다' 하는 업종에 뛰어들어 초기엔 성장할 수 있었지만 기술 경영 마케팅 등 모든 분야에서 혁신 활동을 게을리함으로써 '실패'의 웅덩이에 빠지고 만 것이다.

비즈니스위크가 '2006년 글로벌 혁신기업 톱5'에 선정한 애플 구글 3M 도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을 보면 하나같이 사소한 분야부터 혁신 활동을 한 기업들이다.혁신 활동을 한 결과 구글은 전년도 8위에서 2위로,도요타는 전년도 14위에서 4위로 껑충 뛰었다.애플의 경우엔 MP3플레이어 'iPod'를 기술보다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디자인,사용편의)를 정확히 찾아내는 서비스 혁신으로 기존 제품을 따돌렸다.

전문가들은 혁신 기업이 되기 위한 조건으로 △기술 집착증에서 벗어나라 △부분이 아닌 전체를 혁신하라 △외부 네트워크를 활용하라 △제품이 아닌 문화를 팔아라 △구성원들의 창의력을 자극하라 등을 권한다.룽화지의 실패를 통해 경영자들은 혁신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남들이 관심 갖지 않는 사소한 것부터 챙기는 것이 바로 혁신의 시작이다.

한국경제신문사가 매년 기술혁신 활동에 뛰어난 기업을 선정해 시상하는 '대한민국 기술혁신 경영대상'도 비록 남들에게는 사소해 보일지 모르지만 각자의 적합한 혁신 활동을 통해 생산성을 높여 온 기업들을 격려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기업 부문과 제품(기술) 부문으로 나눠 진행하는 이 상은 기업 부문의 경우 △기술혁신 경영전략 △기술혁신 경영활동 △기술혁신 경영성과 등을,제품(기술) 부문은 △기술혁신 비전△전략 △기술혁신 활동 △기술혁신 성과 등을 종합해 평가한다.

이 상은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인 기술력 확보를 위해 기술 혁신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고 그 효과를 극대화하는 기술혁신 기업 및 제품(기술)을 선정해 시상함으로써 기업들의 기술혁신 의욕 고취로 국가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수상자들도 기술혁신 활동을 통해 기업 경쟁력을 높여 온 대한민국의 모범 기업들이다.이번 수상은 기업 부문에서 17개,제품(기술) 부문에서 17개,특별상 부문에서 1개 등이다.웅진코웨이(연수기,비데)를 비롯 엘림에듀 노드시스템 티에스엠텍 현대엔지니어링 에코포유 장암엘에스 등이 기술혁신 경영활동을 우수하게 해 온 기업으로 선정돼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특별상은 창업 활성화에 앞장서 온 호서대학교가 받았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