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 종로 귀금속 상가의 A 금은방.한 쇼핑객이 예물용으로 준비할 액세서리를 고른다고 하자 점주가 진주 목걸이를 내놓는다.

"지름 8㎜짜리 해수 진주로 만든 겁니다.100만원인데 90만원까지 해 드릴게요.이만한 목걸이(40㎝)를 금으로 하려면 115만원(10돈)은 줘야 합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진주(최상품)가 금보다 비쌌다는 점주의 말에 쇼핑객은 선뜻 신용카드를 꺼냈다.

국제 금 시세가 연일 급등하면서 국내 주얼리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예물 시장에서 진주가 금의 대체재로 각광받고 있는가 하면,14K 등 금으로 만든 파인 주얼리(fine jewelry)에 밀려 자취를 감췄던 은(銀) 제품이 부활하고 있는 것.

◆비싼 금(金) 안 산다…은,진주,유색보석 활개


금 전문 주얼리 업체인 골든듀가 올 5월께 실버(은) 라인을 선보이기로 한 것은 이 같은 변화의 대표적인 사례다.휴대폰 줄 등 일부 제품에 한해 기획 상품을 만든 적은 있지만 실버 제품군을 따로 내놓기는 이번이 처음이다.국제 은 시세도 큰 폭의 오름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금보다 훨씬 낮아 대체 수요로 인기가 되살아나고 있어서다.

골든듀 관계자는 "국제 금 시세가 올랐다고 금 제품 가격을 당장에 올리기도 힘든 데다 요즘 패션 트렌드가 볼륨 있는 액세서리를 원하는 추세라 원가가 저렴한 은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이 관계자는 "이미 수년 전부터 티파니 등 명품 주얼리 브랜드들은 금,다이아몬드 일변도에서 티타늄,고강도 우드(wood) 등 다양한 소재로 옮겼다"고 덧붙였다.

신현민 신세계백화점 귀금속 담당 과장은 "에메랄드 등 전통적으로 인기 있는 컬러 스톤을 비롯해 요즘엔 커넬리안 탄자나이트 등 이름만으론 뭔지 알기 어려운 유색 보석류가 꽤 출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물 시장에선 진주가 부상하고 있다.종로에 위치한 B 진주 전문점은 "최근 중국에서 값싼 담수 진주가 대량으로 들어와 전반적으로 진주 값이 1년 새 30%가량 떨어졌다"며 "금 대신 진주를 찾는 사람이 꽤 있다"고 소개했다. 양윤진씨(서울 신월동ㆍ32)는 "금을 갖고 재테크 할 것도 아니고 액세서리로 사는 것인데 굳이 비쌀 때 살 이유가 있냐"고 말했다.

◆금열쇠,돌반지 등 금 거래 끊겨


국제 금값이 온스당 1000달러를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쏟아지는 탓인지 순금 거래는 자취를 감춰 버렸다.갤러리아백화점 수원점 8층에 위치한 금은방 '동가옥'의 이동근 사장은 "금 값이 얼마나 뛸지 감을 잡지 못하겠다"며 "오늘도 한 돈당 3000원 정도 올랐다"고 말했다.그는 "순금 수요는 회사들이 시상용으로 제작하는 금열쇠나 개인용 돌반지가 주를 이룬다"며 "특히 회사들은 법인카드 한도에 걸려 금열쇠 주문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금을 팔려는 이들이 많아진 것도 최근의 두드러진 현상 중 하나다.이동근 사장은 "1년 전만 해도 하루에 1명꼴로 금을 팔려고 왔으나 요즘은 2∼3명 정도로 늘었다"고 말했다.

박동휘/최진석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