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파장에 '씨앗을 뿌린 장본인'이란 비난을 받고 있는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전 의장이 서브프라임 사태로 막대한 이익을 올린 헤지펀드와 손을 잡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5일 그린스펀 전 의장이 월가의 유명 헤지펀드 매니저인 존 폴슨이 이끄는 대형 헤지펀드 폴슨 앤드 코(Paulson&Co)와 자문계약을 맺었다고 보도했다. 그린스펀은 폴슨 앤드 코의 자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게 된다.

이는 그린스펀이 2006년 1월 FRB 의장직을 떠난 이후 맺은 세 번째 자문 계약이다. 그린스펀은 지난해 세계 최대 채권 투자사인 핌코 및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와 잇따라 계약을 맺고 자문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또 '그린스펀 어소시에이츠'라는 컨설팅 회사를 직접 차리기도 했다.

그린스펀은 재임 시절 미국의 전후 최장기 호황을 이끈 '마에스트로'란 찬사를 받았지만 최근엔 경제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미봉적 저금리 정책을 고집해 주택시장 거품(버블)을 조장했다는 일각의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날 자문 계약을 맺은 폴슨 앤드 코는 주택시장 버블 붕괴를 예측,서브프라임 대출 담보증권에 매도 포지션을 취함으로써 590%에 달하는 수익을 낸 헤지펀드다. 이 덕택에 존 폴슨은 작년 말 27억달러(2조5000억원)의 성과 보수를 받아 월가 '보수 랭킹 1위'에 등극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